언중언

[언중언]거짓말보다 개소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읽어주는 뉴스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거짓말은 사실을 비틀어 만든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사실을 아예 상관하지 않는 태도다. 선거철이 되면 말은 넘치고 기준은 흐려진다. 검증보다 속도가 앞서고, 사실보다 인상이 먼저 도착한다. 무엇이 맞는지보다 무엇이 먹히는지가 기준이 되는 순간, 언어는 방향을 잃는다. 진실은 끊임없는 설명을 요구받고, 거짓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렇게 말은 설득이 아닌 유통의 기술로 변질된다. ▼해리 G. 프랭크퍼트는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라는 책에서 거짓말보다 더 해로운 것이 ‘무관심한 말하기’라고 지적했다. 거짓말쟁이는 적어도 진실을 의식한다. 피해 가야 할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소리를 늘어놓는 이는 애초에 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참인지 거짓인지가 관심 밖이니, 들킬 걱정도 없다. 말의 목적은 오직 듣는 이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데 있을 뿐이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잘 먹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거짓말은 들키면 무너지지만, 개소리는 들킬 것이 없다.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자에게 이보다 편한 언어는 없다.▼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해 보겠다”, “책임있게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하곤 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이 표현은 모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틀린말도 아니다. 동시에 어느 것도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도 답은 원론으로 흘러가고, 숫자는 사라지며, 주체는 흐려진다. 프랭크퍼트의 정의가 교과서처럼 들어맞는 순간이다. 참도 거짓도 아닌, 애초에 참과 거짓의 영역 바깥에 있는 말. 유권자는 그 매끈한 문장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선거는 거짓약속의 경연이 아니라 책임의 예고여야 한다. ▼문제는 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다. 사실을 향해 서 있는지, 비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아예 등을 돌리고 있는지의 차이가 쌓여 결과를 만든다. 유권자가 물어야 할 것은 후보가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외면했는가이다. 그 질문 앞에서, 공허한 문장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