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에서 ‘개혁‘’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변화와 혁신, 민생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반복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약속의 내용보다 갈등의 흔적이 더 크게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말은 많았지만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되풀이된다. 선거는 정책을 경쟁하는 과정이지만, 선택은 결국 태도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위기를 마주하는 자세,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이해관계 앞에서 무엇을 먼저 내려놓을 수 있는지에 따라 지도자의 무게는 달라진다. ▼11세기 영국 코번트리에는 과중한 세금으로 고통받던 주민들을 위해 행동에 나선 한 귀족 부인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디바 부인(Lady Godiva)이다. 남편이던 영주에게 세금 완화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영주는 옷을 입지 않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지나간다면 세금을 낮추겠다는 조롱 섞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귀족 여성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요구였지만, 공동체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기억해야 할 점은 당시 마을 사람들이 그의 결심을 존중해 창문을 닫고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먼저 책임을 감수할 때 공동체 역시 그 책임을 함께 나눈다. 변화는 한 사람의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가 더해질 때 비로소 바람직한 정치로 이어진다. 특권이 클수록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원칙은 시대가 변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가 이 이름을 선택하며 로고에 고디바 부인의 모습을 담은 것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다. ▼선거는 결국 선택의 과정이다. 더 많은 약속을 하는 후보보다 약속의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된 후보를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공동체의 어려움을 자신의 문제처럼 수용하는 태도, 책임을 미루기보다 먼저 감당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조건은 능력 이전에 태도에서 시작된다. 누가 더 많은 것을 말하는가보다 누가 먼저 책임을 말하는가가 중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