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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동해안의 미래, 보이지 않는 바다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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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중 해양다큐 전문PD

해변을 따라 늘어선 관광시설과 항만, 해안도로. 우리는 동해안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늘 눈에 보이는 변화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그 아래, 우리가 쉽게 지나쳐 온 바닷속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이 질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동안 동해안 정책은 ‘보이는 것’에 집중돼 왔다. 해변 정비와 관광 인프라 확충, 대형 개발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해양 생태계, 특히 바닷속 환경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개발이 계속되는 사이, 바다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병들어 왔다.

최근 동해안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갯녹음, 이른바 백화현상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닷속 암반이 하얗게 변하며 해조류가 사라지고, 생명의 터전은 황량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해조류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자 먹이원으로,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다. 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며, 어족 자원 감소와 어업 기반 약화로 직결된다. 그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과 어민들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 공약에서 바다 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개발사업과 단기 성과 중심의 약속은 넘쳐나지만, 바다를 되살리기 위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정책 공백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외면한 근시안적 선택이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동해안 정책의 중심을 ‘개발’에서 ‘회복’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 핵심에는 바다숲 조성이 있다. 바다숲은 해조류를 복원하고 서식 환경을 개선해 해양 생태계를 되살리는 사업으로,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자산이다.

바다숲의 효과는 분명하다. 해양 생태계 복원을 통해 어족 자원을 회복하고, 이는 어업 생산성 향상과 어민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동시에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 자원으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해양 생태관광과의 연계까지 더해진다면, 동해안 관광은 단순한 ‘관람형’에서 ‘체험형’으로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다.

그럼에도 바다숲 조성이 정책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시간이 필요하며, 단기간 성과로 드러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거를 위한 보여주기식 공약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강원 동해안의 경쟁력은 결국 ‘살아있는 바다’에서 나온다. 바다가 건강해야 어업이 지속되고, 관광이 유지되며, 지역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다. 바다숲은 그 출발점이다.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하다. 동해안 전역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바다숲 조성 계획과 과학적 관리, 그리고 어민이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선택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유권자 역시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살릴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바닷속을 외면한 채 눈앞의 성과만을 좇는 정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이제는 바다를 살리는 정책이 선택받아야 한다. 바다숲을 외면하는 순간, 강원 동해안의 미래 역시 함께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변화가 결국 강원도의 내일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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