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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출발선부터 다른 지방시대, 강원의 지향점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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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윤 원주취재팀장

광역통합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생존 전략입니다.” 지난 1월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지방 주도 성장’이라는 국가 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 전략이 실제 정책 설계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남·광주, 충남·대전 통합이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같은 ‘지방시대’를 말하지만, 제도 설계와 지원 수준에서는 이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특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3차 개정 과정에서 핵심 특례 일부가 정부 부처 협의 단계에서 조정·축소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반면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특별법에는 재정, 산업, AI·디지털, 에너지, 행정, 도시개발, 복지 등 전 분야를 포괄하는 수백 건 규모의 특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출발선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책 범위다. 해당 특별법은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규제 완화와 실증 기능을 결합한 ‘실험형 초광역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에너지 전환 실증 등은 최근 정부 정책 흐름과도 맞물린다.

반면 강원특별법은 여전히 개별 특례 중심의 단계적 확대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제도적 위상은 확보했지만, 실제 정책 집행을 좌우하는 권한과 재정 수단에서는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재정 지원에서도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광역 통합 지자체에 대해 행정통합교부세 신설과 각종 재정 인센티브를 포함한 대규모 지원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간 5조원 규모의 통 큰 지원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기존 광역단체와의 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단순 재정 규모 비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합특별시는 복수의 광역단체가 결합한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재정과 사업 규모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 유치, 인프라 투자, 공공서비스 수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문제도 변수다. 정부는 구체적인 이전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광역화·규모화를 고려한 배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방향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통합특별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행정 권한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통합특별시는 조직 확대와 권한 이양을 통해 기존 광역단체보다 강화된 행정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중앙정부와의 협상력, 국비 확보, 정책 실행 속도 등에서 구조적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지역 간 경쟁이 아니다. 국가가 설계하는 ‘지방시대’ 전략이 특정 모델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또 다른 형태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역화와 규모화가 정책 지원의 전제가 되는 흐름이 굳어진다면, 그렇지 못한 지역은 구조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미 전북도에서는 전주시와 완주시가 시·군 통합과 연계한 대규모 재정 지원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을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다.

강원자치도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현재의 제도 틀 안에서 점진적 개선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광역화 전략과 동등한 수준의 권한·재정 확보를 요구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6·3 지방선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묻는 자리다. 후보들은 원론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권한 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지방시대’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정책 변화가 과연 공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균형발전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도와 재정, 권한의 설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지금처럼 격차가 벌어지는 흐름을 방치한다면, ‘지방 주도 성장’은 또 다른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강원이 요구해야 할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라 최소한의 형평성이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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