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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벼랑 끝 지역 의료, '간호사 제로' 지대 방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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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국 간호사 현황 자료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우리가 사는 지역에 따라 ‘생명권''조차 차별받고 있다는 서늘한 현실을 증명한다. 전국 평균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가 5.84명이라지만,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0.65명)과 고성군(0.82명) 등 의료 취약지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이라는 완곡한 표현으로는 부족한, 명백한 ‘의료 붕괴''의 전조다.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간호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꾸준히 늘려 왔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신규 간호사들은 블랙홀처럼 모든 인프라를 빨아들이는 수도권과 대도시 대형 병원으로 향했다. 물을 계속 부어도 밑 빠진 독처럼 지역의 의료 현장은 여전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간호사의 절대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과 상급 병원에만 쏠리는 ‘분포의 양극화''가 문제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지역 간호사 부재는 간호 업무의 공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곧 해당 지역 공공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직결되며, 응급 상황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이어진다. 대도시 간호사들이 과도한 업무 강도에 시달릴 때, 지역 간호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고립된 근무 환경 속에서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도내 18개 시·군 중 15곳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지금의 현실은 곧 지방 소멸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제는 간호사 양성이라는 양적 팽창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어떻게 배치하고 머물게 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대안에 집중해야 한다.

대한간호협회가 제안한 ‘지역간호사제''의 실효성 있는 설계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전제로 인력을 육성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물론 강제성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사명감만으로 젊은 간호사들을 오지에 묶어둘 수는 없다. 지역 취약지 병원에 대한 과감한 수가 가산을 통해 대도시와의 임금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한, 주거 환경 개선과 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 전반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간호사가 지역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비로소 환자들도 안심하고 지역 병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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