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는 고교생을 살해한 장윤기(23)의 범행은 당초 ‘묻지마 범죄’로 의심됐지만, 경찰 수사 결과 스토킹 신고에 따른 분노가 다른 피해자에게 향한 계획형 범죄였던 것으로 결론 났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4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장윤기를 검찰에 송치했다. 장윤기는 지난 7일 같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경찰은 이날 그의 신상정보도 공개했다.
장윤기는 지난 5일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 여학생(16)을 살해하고, 현장을 지나던 다른 학교 2학년 남학생(17)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장윤기가 애초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 A씨(20대·베트남)를 살해하려고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했다.
수사 결과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 3일 오후 8시께 A씨로부터 스토킹 가해자로 112에 신고됐다. 앞서 같은 날 새벽 A씨 집을 찾아간 그는 교제 요구를 거절당하자 A씨를 협박했고, 정오께 집 밖으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장윤기는 주방용 칼 2자루와 장갑 등 범행 도구를 준비한 뒤 A씨 집 주변을 서성였다. 경찰의 경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고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A씨의 직장과 집 주변을 30여 시간 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가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자 장윤기는 그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장윤기가 분노를 표출할 다른 대상을 찾았고, 홀로 귀가하던 여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했다.
비명을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장으로 온 남학생도 피해를 봤다. 장윤기는 이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수사 초기 장윤기와 피해 학생들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보고 범행 동기 규명에 주력했다.
하지만 행적 재구성, 프로파일러 면담, 스마트폰 포렌식 등을 거치며 범행의 구체적 경위가 드러나자 판단을 바꿨다. 경찰은 장윤기의 범행에 뚜렷한 목적과 사전 준비,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적으로 노린 범죄와는 다르다고 봤다.
실제로 장윤기는 스토킹 신고 사실을 알게 된 뒤 위치 추적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도심 하천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여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정한 뒤에는 약 1㎞를 미행했고, 예상 동선을 차로 앞질러 이동했다.
범행 장소도 행인 왕래가 거의 없고 방범용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 있는 샛길 초입으로 선택했다. 범행 후에는 건물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승용차와 흉기를 버렸으며, 혈흔이 묻은 외투를 세탁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장윤기는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지인이 살다가 이사해 비어 있던 원룸에 숨어 경찰 추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 회수된 여분의 칼 1자루에 대해서는 경찰이 A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남겨둔 흉기로 판단했다.
함께 압수된 공기계 스마트폰에서는 도주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흔적도 발견됐다.
또 A씨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뒤 제출한 고소를 통해 성폭행 혐의 수사도 시작됐다. 경찰은 112 신고 직전 있었던 손찌검 등 스토킹과 연결된 사건들에서 관계성 범죄의 고위험 징후가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장윤기는 조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리고 가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인 등 주요 혐의를 검찰에 넘긴 뒤에도 A씨와 관련한 성범죄, 스토킹 등 여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