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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끝에서 건져 올린 질문 “당신은 아직 인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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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출신 이경작가 첫 장편 ‘두 번째 지구 타이드’

이경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 번째 지구 타이드’

“기억을 잃고 몸이 바뀐 인간은 여전히 인간인가” 

최근 출간된 강릉출신 이경 작가의 장편소설 ‘두 번째 지구 타이드’는 이 오래된 질문을 외계 행성이라는 극한의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2022년 문윤성 SF 문학상으로 등단한 작가가 내놓는 첫 장편이다. 

배경은 71년 항행 끝에 도달한 행성 ‘타이드’. 험악한 곳이다. 120일 넘게 이어지는 폭풍이 1년 8개월마다 찾아와 모든 것을 쓸어간다. 거대 성간 우주선 ‘애로우’는 착륙 직후 진흙 바다에 일부가 가라앉으며 사람과 자원을 한꺼번에 잃는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한계에 다다른 폐쇄 순환 시스템뿐이다.

강릉출신 이경작가. 네오픽션 제공

주인공 아인은 장기 동면의 부작용으로 기억 전부를 잃었다. 생존을 위해 신체 대부분은 기계로 교체됐다. 그런 그가 동면에서 막 깨어난 3,800명의 후발대를 이끄는 커맨더로 세워진다. 소설은 여기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꺼낸다. 과거도, 온전한 몸도 없는 존재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이 질문을 관념으로 풀지 않는다. 자원이 바닥나는 속도, 동면에서 깨어난 이들을 공동체의 불안 요소로 보는 시선, 한때 동료였던 ‘화신’과의 위태로운 충돌. 생존의 구체적인 압박 속에서 윤리를 묻는 방식이 이 소설의 힘이다. 테라포밍, 기계 신체 변환, 폐쇄형 생명유지 시스템 등 하드 SF의 설정이 단순한 배경 장치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의 살로 기능한다.

중·단편을 선보이며 갈고닦은 문장이 장편의 무게를 받치고 있다. 거대한 세계관에 눌리지 않고, 선택의 순간마다 인물의 내면을 놓치지 않는다. 집단이 생존을 택할 때 개인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 작가가 우주 끝에서 건져 올린 질문이 지구에 사는 독자에게 묵직하게 닿는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소설은 절망의 끝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희망에 관한 기록”이라며 “작가가 창조한 ‘타이드’라는 경이로운 공간을 통해 독자들이 현재의 지구를 다시금 사랑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네오픽션 刊, 264쪽,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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