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부 간 재정관계는 주로 지방재정관리제도를 기반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영을 사전에 관리·통제하는 구조로 운영하여 왔다. 즉 지방재정에 대한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정자율성이 부족했다. 지난 수십년 간 재정분권 논의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분권교부세 도입, 지방소비세율 확대 등 일정한 제도적 보완이 있었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의존하며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한계를 보여왔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재정분권은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권한이양에 머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과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 이후 재정분권 추진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들이 추진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들어 주민참여의 활성화, 지방재정 정보공개제도의 확대, 지방재정부담 심의위원회 운영 등 정책결정과정에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다. 향후에도 지역주민과의 관계에서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들이 보다 많이 수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재정분권의 개념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단순히 정부 간 권한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중앙정부의 재정적 권한과 부담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고 나아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재정분권은 정부주도의 하향적 (Top down) 방식이 아니라 주민의 참여와 통제를 바탕으로 한 상향적 (Bottom up)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것은 주민들의 납세자의식의 점차 제고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 역시 지방재정의 자율성 확대 및 책임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재정분권 권한 사항을 123개 국정과제 중 53번째 국정과제로 제시히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 및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참여 확대를 통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재정자율성 강화 측면에서는 지방세입 확충 강화, 중앙과 지방 간 기능조정, 교부세율 상향조정 등의 추진과제들을 연계하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최소한 7:3 수준으로 사향할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재정책임성 강화 측면에서는 재정정보 공개 확대를 통한 투명성 증진, 재정운영에 대한 주민참여와 통제 확대, 예산안에 대한 지방의회의 심의 내실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종전의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원 중심에서 지역주민의 참여와 통제로 그리고 지방재정 성과와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지방재원관리방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실질적 재정분권의 기반을 마련하고 주민중심의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앞으로의 재정분권은 지역별 인구, 재정, 산업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분권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자율성과 책임성이 균형의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책임있는 재정운영 구조를 마련해서 분권이 단순한 권한이양을 넘어 지역의 주민이 원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제도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민선9기 지방행정은 단기적인 재원확충을 통한 재정분권 기반마련에 집중하고, 중기적으로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한 지속가능한 재정분권 추진 기회를 구축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맞춤형 재정분권을 실현하는데 주력하여야 한다. 그러려면 주민들이 내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잘못 집행된 예산은 그 책임을 묻겠다는 납세자의식을 고양시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