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갑작스러운 무더위로 쓰러진 8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이 2011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가장 이른 시점에 발생한 사망 사례다. 5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찾아온 이번 사고는 초여름 폭염이 우리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실제적 재난’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는 총 75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명과 비교해 6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강원 지역은 강릉과 삼척의 최고기온이 32도를 웃돌며 같은 기간 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경기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단순히 이른 더위를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폭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주목해야 할 대상은 야외 작업자다. 우리 강원은 햇볕과 고온에 직접 노출되는 현장이 곳곳에 분포해 있다. 고랭지 채소 재배를 비롯한 농업, 벌목·예초 작업, 도로와 하천 주변의 정비 작업은 온열질환 위험이 높은 대표 분야다. 대부분 그늘이 부족한 공간에서 장시간 이어지고, 작업자가 더위를 느끼더라도 작업 일정상 쉽게 중단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작업자가 혼자 일하는 경우 위험은 더 커진다. 어지럼증, 두통, 메스꺼움, 근육 경련은 온열질환의 초기 신호지만, 당사자가 이를 단순 피로로 넘기기 쉽다. 증상이 악화되면 스스로 작업을 멈추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폭염 시기 작업 현장에서는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2인 1조 작업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강원지역은 영서와 영동의 지형적 특성이 뚜렷하게 갈리는 만큼 폭염 양상도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산지와 분지가 많은 영서 지역은 낮 동안 축적된 열기가 밤에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열대야와 피로 누적에 취약하다. 반면 영동 지역은 해안 환경과 고온다습한 바람의 영향을 받아 체감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같은 강원지역 안에서도 폭염의 위험 요인이 다르게 작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한낮의 무리한 야외 작업을 피하는 것뿐 아니라, 일과 후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실내에서는 냉방과 제습을 적절히 활용하고 수분을 자주 섭취함으로써 온열질환에 대비해야 한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는 피서객의 발걸음도 강원도로 앞당기고 있다. 해변과 계곡을 비롯한 관광지 곳곳에서 장시간 야외 활동이 이어지면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관광객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마시고, 모자나 양산으로 직사광선을 피하는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 동시에 지자체와 관광업계는 그늘과 휴식 공간을 확충하고, 온열환자 발생 시 즉각 처치할 수 있는 응급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웃의 안부를 살피는 공동체 차원의 관심도 필수다. 강원 지역은 현장과 의료기관 간 거리가 멀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온열질환의 초기 발견 여부가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구성원들이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냉방기기를 점검하는 등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비극으로 이어지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폭염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철저히 대비한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개인의 작은 실천, 우리 지역 실정에 맞춘 현실적 대응, 그리고 공동체의 관심이 함께할 때, 폭염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재난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재난이 된다. 우리가 함께 만든 안전망이 올여름 모두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