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고소·고발로 얼룩진 6·3 지선, 실종된 정책 대결

허위사실 공표·딥페이크 이용 선거운동 등
선거법 위반 적발 건수 120건, 법적 공방 확산
유권자,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현명한 판단을

지방자치의 근간을 세우고 지역의 미래 4년을 탁월한 리더십에 맡겨야 할 6·3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러 극심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광역단체장인 도지사 선거부터 춘천, 원주, 강릉, 삼척, 속초 등 주요 시·군 단체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법적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사법 전쟁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현재 도내 주요 격전지에서 벌어지는 양상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도지사 선거에서는 TV 토론회 발언을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과 무고죄 맞고발이 이어졌고, 춘천에서는 핵심 공약의 ‘확정'' 표현을 둘러싼 진위 다툼이 경찰서로 향했다. 원주에서는 공보물 기재 내용을, 강릉에서는 예산 확보 실적과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두고 진영 간의 난투극이 펼쳐지고 있다. 삼척의 보상금 문제, 평창의 직제안 의혹, 고성의 재산 관련 발언 논란 등 열거하기조차 숨 가쁜 격돌의 밑바닥에는 오직 ‘상대 흠집 내기''라는 얄팍한 선거 공학만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의 적발 통계는 이러한 과열 양상을 숫자로 증명한다. 선거법 위반 적발 건수가 이미 120건을 넘어섰고, 이 중 고발과 수사 의뢰가 수십 건에 달한다. 특히 전통적인 위반 유형인 기부행위뿐만 아니라 허위사실 공표가 수십 건에 이르고,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딥페이크 이용 선거운동''까지 포착되었다는 점은 이번 선거가 얼마나 혼탁하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후보자들이 이토록 네거티브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백하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복잡한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표심을 흔드는 데 제일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오판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유권자를 철저히 기만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알아야 할 것은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아 지역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인구 소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기후변화와 지역 현안에 어떤 대안을 가졌는지에 대한 ‘정책''이지 상대 캠프의 허점을 파고드는 고발장 내용이 아니다.

이런 ‘묻지 마 식'' 고소·고발전의 가장 큰 폐해는 선거가 끝난 이후에 나타난다. 선거 과정에서 쌓인 깊은 감정의 골과 사법 리스크는 당선자의 행정 동력을 단숨에 마비시킨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도 수사기관과 법정을 오가느라 지역 행정이 공백 상태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선거 승리만을 위해 내지른 고발장이 결국 주민의 혈세 낭비와 행정 마비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갈기갈기 찢긴 지역 민심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은 고스란히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할 짐이 된다.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넘어왔다. 네거티브 공방이 선거판을 지배할 때, 이를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유권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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