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과수 구제역’ 화상병 공포, 선제적 차단해야

강원특별자치도 내 과수 농가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8일 원주 무실동의 한 배 과수원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이후, 불과 열흘 사이에 영월과 양구 등지로 감염이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양구 해안면의 발생 농가 반경 2㎞ 이내에만 37개의 과수 농가가 밀집해 있어, 자칫하면 지역 과수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긴급 예찰과 매몰 처리에 나선 것은 당연한 조치다. 과수화상병은 흔히 ‘과수 구제역’ 또는 ‘식물 코로나’로 불릴 만큼 전염력이 강하고 치명적이다. 세균에 의해 사과나 배나무의 잎, 줄기, 꽃, 열매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변하며 말라 죽는 법정 전염병이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이 병에 대한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확진 판정이 내려지면 감염된 나무는 물론, 전염 우려가 있는 주변 과수까지 모두 뿌리째 뽑아 땅에 묻는 전량 매몰 처리 외에는 확산을 막을 길이 없다. 더욱이 매몰 처리가 끝난 후에도 향후 3년간은 해당지에 사과나 배 등 나무를 새로 심을 수조차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방역 당국이 밝힌 대로 6월은 기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는 과수화상병 세균이 증식하고 전파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이미 도내 전역으로 불씨가 번진 상황에서 초기 진화에 실패한다면 도 과수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과수 농가들이 평소보다 방제 횟수를 대폭 늘리고 과원을 샅샅이 뒤지며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개별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이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 지금 시점에서 제일 시급한 것은 체계적이고 빈틈없는 초기 차단이다. 방역 당국은 발생 농가 주변의 예찰 범위를 넓히고, 감염 의심주에 대한 신속한 확진 검사와 과감한 매몰 처리를 단행해야 한다. 아울러 인근 농가로의 2차 전파를 막기 위한 이동 제한과 소독 조치를 엄격히 감독해야 한다. 동시에 농민들의 자발적이고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 과수화상병으로 과원을 매몰한 농가들이 절망을 딛고 재기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보상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 생계 안정 자금 지원이나 대환 대출 등의 금융 지원책이 촘촘히 마련돼야 농민들이 숨기지 않고 자진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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