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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프리즘]‘꿀직장’이 된 선관위, 낡은 관료제의 함정에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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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빈 서울대 명예교수

◇임도빈 서울대 명예교수

이승만 정권을 몰락시킨 4·19 혁명의 도화선은 다름 아닌 3·15 부정선거였다.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경찰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분노를 샀고, 많은 학생들이 피를 흘렸다. 5공화국 헌법에 선관위가 독립기관으로 명시되었고, 1963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직원 42명의 규모로 정식 출범했다. 이후로도 선관위 직원은 300여 명 선에 머물렀다.

그런 선관위가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직원 총 2,982명을 거느린 거대 조직으로 비대해졌다. 이렇게 직원이 대폭 늘어난 결정적 계기는 1995년 치러진 전국 최초 동시지방선거였다. 실제로 오늘날 보조요원과 참관인 등 무려 2만~3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봉사한다. 선거관리 자체에는 절대 개입하지 못하지만, 치안과 질서 유지를 위해 전국의 경찰이 동원된다.

이러한 선거 시스템의 투명성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독재자들이 부정선거를 통해 계속 정권을 유지하고, 그 대가로 부정부패의 고리가 여기저기에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혈세로 제공하는 국제개발원조(ODA)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 역시 이들이 수장으로 앉아 있는 총체적으로 부패한 정부 행정 조직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에 대한 투명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선거공영제와 정치자금 관리 등 선관위의 행정이 넓어졌다. 그래서 개도국에게 우리나라의 선거 행정을 전수해 주는 ODA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외국의 연수생들은 우리의 ‘K-선거행정’을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그러므로 근거 없는 부정선거론자들의 음모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직 공무원들이 부정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다면, 오늘날 우리 수준의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 등, 행정부는 아예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으로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사태의 내막을 보면 기가 막힌다. 선관위가 낮은 투표 참여율을 고려하여 총유권자의 50% 분량만 투표용지를 준비했는데, 투표소에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오는 바람에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합의제 의사결정기구이고 사무처가 있다. 이들이 성과관리 행정, 즉 투입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행정 관료제의 치명적인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민주화 수준은 세계 일류다. 행정 실무에 즉각 도입할 수 있는 각종 정보통신기술(ICT)도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이 위기를 기회 삼아 완전히 개혁하자.

첫째,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철칙이어야 하지만, 대법관이 중앙위원장을 맡고 지방선거관리위원장도 현직 법관이 독식하는 법관 위주의 조직체계는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사법부의 권위 뒤에 숨어 관료적 타성을 부리는 구조를 깨야 한다.

둘째, 선거가 없는 해에는 일이 거의 없는데도 항시 3,000명에 달하는 상시 인력의 인건비를 지불하는 것은 비효율의 원조다. 과거와 달리 공정한 선거 관리가 오직 독립된 신분을 주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꿀 직장‘이라 불리며 최근까지도 직원 채용 비리 잔혹사가 있었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인력을 3분의 1로 줄이자. 누가 투표용지를 실제로 다루든 일반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를 잘하도록 제도화하고, 시스템상으로 완벽하게 통제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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