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성실국감' 돋보여
새천년 달라진 정치권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여망을 안고 출범한 16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주 초반 「탐색」에 이어 이번주 본격화됨에 따라 정부 각 부처의 국정운영에 대한 추궁과 쟁점현안에 대한 여야공방도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이번 국감은 일부 상임위에서 중복질의나 여야간 정치공방, 불필요한 기세대결등 구태가 벌써부터 재연되고 있는 반면 초선의원들의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 등이 대비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편파인사」 문제를 둘러싼 행자위의 일시파행 사례외에는 대체적으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국감전 재경위에 이어 국감 이틀째인 20일 통일외교통상위에서도 국감증인 선정 과정에서 자민련의 「캐스팅보트」 위력이 두드러진 것은 「여소야대」 구도에 따른 정치권의 미묘한 기류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돼 21일 통일외교통상위의 재외공관 현지감사까지 사흘간 계속된 국감을 점검해 본다.
◇초반쟁점
과기정통위의 20일 정통부 국감에서는 야당의원들이 도·감청 문제를 집중적으로추궁하는 바람에 국감장이 도·감청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감사원 및 대법원 자료를 토대로 安炳燁(안병엽) 장관을 상대로 정부기관의 도·감청장비 도입 및 운용실태, 긴급감청 현황 등에 대해 호통섞인 질의를 퍼붓는 등 이 문제를 15대 국회에 이어 「계속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최근 일산신도시의 집단민원 등으로 사회문제화된 「러브호텔」 문제도 초반 쟁점으로 떠올라, 19일 행자위의 경기도 국감 및 교육위의 20일 경기.인천교육청 국감은 아예 「러브 호텔 국감」이 되다시피 했다.
야당의원들은 고양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전.현직위원들을 증인으로 불러내집중난타했고, 책임회피성 무성의한 답변으로 버티던 증인들도 결국은 「문제가 있었다」며 항복선언을 한 뒤에야 증언대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또 국회 건교위는 단군이래 최대의 공사로 불려지는 인천신공항과 고속철도 부실문제를 집중적으로 캐고들어 중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문제를 부각시켰고, 국방위는 국방부 감사에서 최근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방어전략 등 안보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여전한 구태
이번 국감도 지역 민원성 질의, 중복 질문, 국감 자료 「뻥튀기」 해석, 불참 및 지각, 잦은 이석, 피감기관 윽박지르기와 피감기관의 무성의 한 답변 및 여야간 기세싸움 등 구태가 재현됐다.
행자위는 20일 오전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과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감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경찰 편파인사」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파행을 빚다 뒤늦게 감사에 들어갔으며, 결국 시간에 쫓겨 선관위 감사를 50여분만에 끝내는 부실 감사를 했다.
이에 앞서 19일 산자위의 산자부 국감에서 민주당 李根鎭(이근진·경기 고양·덕양을) 의원은 『서울시가 고양국제종합전시장에서 불과 10여㎞ 떨어진 서울 상암동에 컨벤션센터 기능을 할 수 있는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포기, 타용도로 변경토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민원성 질의를 했다.
광주지방국세청에 대한 19일 재경위 감사는 소속의원 11명중 한나라당 羅午淵(나오연) 李漢久(이한구) 의원이 아예 불참한데다 일부 의원의 서면질의, 이석 등으로 시종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진행됐고, 여야의 중량급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국방위의 경우 의원들의 불참과 지각사태가 속출해 눈총을 받았다.
19, 20일 이틀간 인천국제공항 및 고속철도 부실문제를 추궁한 건교위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중복질의가 이어지면서 답변보다는 질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 국감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색 제안과 튀는발언
국정감사 초반부터 각 상임위에서는 정책대안 제시라는 고유한 의정기능을 살린 여야의원들의 참신하고 이색적인 정책제안 들이 잇따라 제시돼 피감기관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말의 성찬」속에 유머와 위트, 풍자를 곁들인 질문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 의원들도 있어고, 이른바 「튀는 발언」으로 인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의원들도 없지 않았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金明燮(김명섭) 의원은 지난 19일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의약분업 실시이후 진료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투약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 1,000원을 지불해야만 받을수 있는 만큼 보건소에 서 아예 처방전과 함께 1,000원짜리 투약쿠폰을 발행해 줘야 한다』는 이색제안을 해눈길을 끌었다.
또 법사위의 민주당 千正培(천정배) 의원은 19일 광주 고·지법 국감에서 『현재피고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는 공판정 자리를 원탁회의처럼 판사-검사-피고인이 둘러 앉도록 배치하고, 피의자에게 사복차림을 허용한데 걸맞게 판사들도 무겁고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주는 검은색 법복 대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옷으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반면 국방위의 한나라당 鄭在文(정재문) 의원은 19일 국방부 국감에서 서면질의를 통해 『현재 운용중인 군용 정보통신 장비의 주파수가 북한에 노출돼 있어 북한이전파교란을 할 경우,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아울러 과기정통위 소속 민주당 金希宣(김희선) 의원은 20일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가학적 성행위 등이 담긴 인터넷 음란·폭력물을 노트북으로 직접 시연해보인 뒤『마마·호환(虎患)보다 무서운게 인터넷 음란·폭력물』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등거리 정책
자민련은 「국정감사를 통해 캐스팅 보트 위력을 보여 주겠다」는 당론에 따라 여야를 넘나드는 등거리 정책을 펼쳤다.
특히 자민련은 국감증인 채택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의 위력을 과시했다. 金宗鎬(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통일외교통상위의 20일 국감증인 채택과정에서 朴智元(박지원) 전 문화광관장관과 黃長燁(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해선 찬성표를, 林東源(임동원) 국정원장과 鄭夢憲(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 대해선 반대표를 던져 결국 자신의 표결이 위원회의 결정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에 앞서 재경위에서도 李完九(이완구) 의원은 정몽헌 회장과 박지원 전 장관의 증인채택 여부를 묻는 표결과정에서 한나라당에 동조,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박 전 장관과 정 회장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는 바람에 증인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자민련 의원들은 국감 질의 과정에서도 대북정책, 의약분업, 공공자금 투입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선 한나라당 못지않게 대 정부 추궁에 나섰다.
김 대행이 『앞으로 국정감사 기간은 물론 국회운영 과정에서 국민의 편에 서서자민련의 분명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자민련의 등 거리 정책은 국감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