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공선옥씨 소설·산문집 동시 펴내

 3년간의 춘천생활을 정리하고 있는 중견 소설가 공선옥(42)씨가 연작소설집 '유랑가족(실천문학사 刊)'과 산문집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 刊)'를 동시에 내놓았다.

 공씨의 여덟번째 소설집인 '유랑가족'은 2002년 봄부터 계간 '실천문학'에 연재했던 5편의 연작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파하면서도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보여주는 진솔한 작품들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공씨는 여전히 세상을 품는 어미의 손길로 우리네 고단한 삶을 쓰다듬고 있다.

 수록작들은 삶의 근거지를 잃고 산간 농촌이나 지방 소읍, 도시의 변두리를 유랑하는 뿌리뽑힌 부평초들의 이야기다.

 첫 이야기 '겨울의 정취’는 사보에 실을 겨울 풍경을 찍으려고 시골마을 신리를 찾아간 사진작가 '한’의 눈동자에 비친 부초들의 이야기다. 신리에는 가난이 힘겨운 부인네들은 도시로 떠나 해체된 가족들이 산다. '가리봉 연가'는 연변에서 온 조선족들이 모여사는 서울 가리봉동의 풍경이다. 현대 사회가 지닌 굴레로 인해 삶의 손발이 묶인채 유랑을 강요받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서는 샘밭골 이야기다. 샘밭골 앞 샘밭아파트 주민들은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서는 것을 결사반대한다. 다른 한 편, 바로 쓰레기 소각장이 건설될 부지에 사는 샘밭골 판자촌 주민들은 그나마 주어지는 보상금으로 새 삶을 꾸려볼 생각이다. 그 와중에 주민들간의 갈등이 사건으로 불거져 나오고 그 어른들의 모습은 도적질 등을 일삼는 아이들의 영악한 행동으로 재현된다.

 '남쪽 바다, 푸른 나라'에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 섬마을 고모부 집 등을 전전하는 고아 영주의 고달픈 삶을 그렸다. '먼 바다'에는 댐 건설로 곧 수몰되는 갈산리 마을 풍경이 그려진다.

 산문집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는 이전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등의 소박한 기행산문과 달리 부드럽되 칼날 같은 공선옥 특유의 시각으로 이 사회를 그리고 있다. 최근 강원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활발히 세태·시류 칼럼을 선보여온 산물이다.

 책에 실린 글들은 90년대 이후 리얼리즘 미학의 약화현상 속에서 사회와 이웃들의 현실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공선옥 소설의 ‘씨앗불’이라 할 수 있다.

 1부와 2부에는 “삶이 거짓말 같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들과 '가난은 없고 빈곤만이 남아 있는 시대”의 이야기들이며 3부는 작가 공씨의 '독서일기'로 꾸며졌다.

 “본때 나는 삶이 따로 있나요. 작가는 가난한 사람을 다루더라도 글을 잘 쓰면 본때가 나는 거죠.”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공씨는 이번 소설 '유랑가족'의 등장인물들처럼 전국의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았다. 광주에서 서울로 갔다가 다시 광주로 내려와 곡성, 여수, 춘천으로 유랑했던 그는 이달 25일께 전주에 마련한 새 거처로 삶의 근거지를 옮긴다.

 <龍鎬先기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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