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다하면 마구잡이 창업
-제살깎기 경쟁 동반몰락
대학가 주변이 장사가 잘된다는 말에 3년전 강원대 인근에 미용실을 개업한 이모(29)씨. 그러나 이씨는 최근 심각하게 업종전환까지 고려하고 있다.
2년전부터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동종업체들로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최근 들어 불황으로 손님까지 감소하면서 수익은 커녕 직원 월급과 임대료 내기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2년전부터 한 집 건너 한 집식으로 미용실이 생기더니 4만~5만원 하던 퍼머비용이 1만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경영난을 호소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업종간 과열경쟁으로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충분한 준비없이 창업전선에 뛰어든 중산층들이 개점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영세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이같은 위기가 경기불황 요인 외에도 과잉공급으로 인한 과열경쟁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무턱대고 창업한 사람들이 제살깎이식 경쟁을 하면서 자영업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국적으로 증가했던 조개구이집 등은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또 지난 2002년 찜닭을 시작으로 업그레이드 PC방, 김치 삼겹살 등 해마다 히트 아이템이 창업시장을 점유했지만 유사한 동종 업종의 등장과 동시에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지속되고 이로인해 동반 폐업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현재 도내 음식업소를 비롯해 미용실, 부동산 등 일부 업종의 경우도 포화상태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도내 음식점은 7월말 현재 3만276개로 이를 도내 인구수(통계청 자료 146만명)로 환산하면 인구 48명당 한개씩인 셈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지부에 따르면 7월말 현재 도내 중개업소수는 1,600여개로 불과 3년전에 비해 2배이상 늘었으며 현재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이상신도지부사무국장은 “각종 거래로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개발호재만을 보고 무턱대고 문부터 여는 업소가 대부분”이라면서 “이중 많은 수의 중개업소가 유지비도 못낸채 보증금을 까먹고 있거나 6개월만에 문을 닫기도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66.7%가 최근 3년간 매출액이 감소했고, 이중 4명중 1명(26.4%)은 적자 때문에 임차료나 관리비조차 못 내고 있다.
도내의 경우 현재 자영업체는 10만여개로, 자영업주 및 종사자만해도 2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더 많은 자영업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도소상공인지원센터 박종범상담사는 “어떤 업종이 잘된다더라 식으로 창업을 하게되면 단순 중개인, 단순한 요식업자 수준에 그칠수 밖에 없다”면서 “상권분석 및 입지조사를 철저히 하고 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는 등 꼼꼼한 준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경진기자·hongzin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