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영산마을 사람들

“부드러운 호암산 아래 20여가구 옹기종기…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영산공소.

△이진선(57) 전 전국가톨릭농민회 회장=“많은 사람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산골로 숨어들었고 그곳에서 초대교회의 공동체인 공소를 마련해 신앙생활을 했는데 영산공소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천주교 신자들로 주민들이 구성돼 있지만 이제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우리가 실천하는 생명농업의 취지에 공감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어 다행입니다.

또 지금은 모두 돌아가시고 없지만 신협정신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분은 무위당 장일순선생님과 지학순주교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장 선생님을 통해서 신협과 생협은 물론 농민운동, 농민회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교육을 통해 깨닫게 됐고 주민들과 함께 이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업은 돈 때문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지극한 마음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는 이전 회장은 “농사를 짓는 사람은 좋은 마음을 갖고 농사를 짓고, 먹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생명살림이 곧 희망인 것이죠.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이영철(56) 영산마을 반장=“마을에서 나고 자란 고향이지만 이 곳은 정말 누가봐도 살고 싶은 마을임에 틀림없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모두 천주교 신자이다 보니 뜻도 맞고 항상 하나로 뭉칠수 있어 이제는 정말 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수도권에서 농활도 많이 올 정도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300여m가 넘는 호암산 능선에 오르면 북으로 횡성이, 남으로는 원주가 한눈에 고스란히 들어올 정도로 풍광도 수려한 이 곳이 살아숨쉬는 땅의 대표적인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동호(81)씨=“우리마을은 농사를 지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보다 땅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마을이예요.

여기에 모든 마을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얼마나 보기 좋은 지 모르겠어요.

땅이 살아야 생명도 살고, 생명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는 거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정식(61)·홍명숙(57)씨 부부=“1976년에 조직된 영산광격신협(영광신협)은 지금까지도 유지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어 현재 10억여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우리마을의 자랑입니다.

농촌의 못사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살자는 협동정신에 따라 작은 규모지만 농민을 위하고 노인들을 위한 은행이기도 합니다.

은행까지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출장방문을 하는 데 이런 마을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허왈수(83)씨=“원래 고향은 평안남도인데 6·25전쟁 당시 반공포로로 잡혀와 이 곳에서 가족을 꾸리며 살고 있어요.

비록 내가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은 너무 정이 많고 따뜻해서 아들 다섯이 모두 훌륭하게 성장했지요.

아마도 마을의 영험한 정기를 받고 자라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2의 고향 선택이 최고였던 셈이에요.”

△이주순(63)씨=“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천주교원주교구 땅에 모두 모실 수 있는 마을입니다.

부득이하게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의논을 통해 모셔져 있는 분들도 더러 계시죠.

남는 땅에는 성모회에서 들깨 등을 심어 기금으로 사용하니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어요.

우리 마을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반한다니까요.”

원주=원상호기자 theodoro@kwnews.co.kr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