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비석에 어느날 마을 두 동강
형님은 북쪽 동생은 남쪽
6·25 비극 고스란히 겪어냈죠”
신강원기행- <48> 춘천시 사북면 원평리
춘천도심에서 춘천댐을 지나 화천으로 향하는 국도 5호선을 따라가다 낙석을 방지하는 피암터널이 나온다. 2차선의 구불구불한 도로로 차량들은 제 속도를 못 내지만 오른쪽으로 드넓고 아름다운 호수인 춘천호가 펼쳐진다. 춘천호에 비친 햇살이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오른쪽 방면으로 바깥세상과는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한 원평리 마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원평리는 옛날 서울의 장수들이 말을 많이 매고 유숙해 이름 붙여진 마평리와 그 마을 뒷산 너머에 있는 원당리가 합쳐져 하나의 마을이 됐다.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을 앞에 두고 뒤로는 해발 1,468m의 화악산이 모든 비바람을 막아 줄 것 같은 형세를 하고 있다. 주민들이 풍수지리학적으로 배산임수 형태를 지닌 명당이라고 한결같이 자랑할 정도로 품광이 뒤어나다.
그러나 한 폭의 그림 같은 마을의 이면에는 아픈 분단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여기서 38도선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비석은 해방이후 조국 분단의 상흔을 여실히 보여주는 '비극의 이정표'다. 외세에 의해 그어진 38선은 마을을 두 동강 냈다. 형님은 북쪽에, 동생은 남쪽에 사는 황당한 일이 6·25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전쟁 후 38선 위쪽으로 휴전선이 다시 만들어지며 다시 한 마을에 살게 된 사람들은 1960년대 춘천댐이 만들어지면서 또 다른 설움이 시작됐다. 춘천댐 건설로 마을의 반이 물에 수몰되고 남은 마을 땅마저 인근에 위치한 군부대 때문에 군사보호시설구역으로 묶여 마을내 토지 절반 이상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땅이 돼 버렸다.
하지만 주민들은 쓰러지거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없어지자 호수를 활용한 소득창출에 나섰다. 마을 앞 북한강에는 다양한 민물고기 서식지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의 강태공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집집마다 오는 손님을 반기며 민박이라고 붙인 건넌방보다 안방을 내주는 인심 좋은 호수 관광지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잠시였다. 낚시꾼들과 가족 또는 친구처럼 지내는 마을 사람들을 비웃듯 전문 낚시터 상인들이 더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로 호수변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 때가 1996년. 강태공들의 눈길과 발걸음은 마을 주민들을 외면했다.
주민들은 다시 망연자실했고 농지가 많지 않은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인삼씨 등을 받아와 대신 재배하는 등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연명했다. 이런 원평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농촌마을진흥사업으로 팜스테이, 그린투어리즘 등의 사업이 시작됐고 틈새시장을 노린 일부 주민들은 이를 활용해 이웃집 형과 동생의 일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원평 팜스테이 농촌체험장은 연간 1만5,000여명이 오가는 대표적 농촌체험학습장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부터 도시민이 농촌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 및 제품화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행사를 마련해 김치와 전통장 담그기 행사에는 참가하겠다는 신청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주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원평마을은 봄에는 산나물채취, 여름에는 캠프파이어와 낚시대회, 가을에는 알밤줍기, 겨울에는 빙어낚시 축제 등 계절별 사업아이템을 개발해 농외소득 창출에 힘쓰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현재 75가구 160여명이 살고 있는 원평리에는 젊은 사람이 할 일이 없어 도시로 빠져 나간다는 것이 마을사람들의 한결같은 걱정이다.
팜스테이 양찬식(44)사무국장은 “여기서 일하는 사람 중에서 나이가 끝에서 두번째인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너무 없다”며 “앞으로 팜스테이 활성화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젊은 인력층을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현진 원평리 노인회장은 “대부분 노인들이 뜨거운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농사일을 하고 있지만 최근 팜스테이와 농촌체험학습장 등을 통한 소득창출로 마을도 한 단계 진보하고 있다”며 “주민 모두가 합심하고 일자리가 더욱 많아져 일거리 없어 고민하는 주민들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하위윤기자 faw4939@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