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서민 채무자를 돕기 위한 개인 파산·회생 제도가 또다른 서민인 채권자에게는 오히려 '독소'가 될 수도 있어 법원의 엄격한 판단이 요구된다.
“채무자는 빚 갚을 능력이 없으니 채권자는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마라”며 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격인 개인 파산 및 면책 허가로 인해 '앉아서 당하는' 억울한 채권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 A씨는 채무자 B씨가 자신의 돈도 갚지 않은 채 올해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자 A씨의 채무 상환 능력을 직접 입증하기로 했다.
파산선고가 나더라도 채무자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면 법원으로부터 B씨의 면책 불허가 결정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B씨가 아들 명의의 회사도 있고 고급 차를 타며 골프를 치는 것을 입증할 사진을 찍어 법원에 제출했다.
춘천지법 파산1단독 표현덕 판사는 “A씨의 면책불허가 결정을 내리려는 직전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A씨와 B씨간 합의가 이뤄져 이의가 취하됐었다”며 “합의만 없었다면 직권조사를 통해 면책불허가 결정을 내릴 사안”이라고 했다.
파산2단독 오규성 판사도 채권자가 채무자의 누락된 재산을 입증함에 따라 이달에만 3건 정도 면책불허가 결정을 검토중이다.
최근 채권자 C씨는 춘천지법 게시판에“지인에게 2,000여만원을 빌려줬는데 돈 한 푼 갚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서 개인회생 개시를 결정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항의성(?) 글을 남겼다.
다행히 개인회생은 기각된 것으로 확인돼 C씨의 권리 구제 가능성은 열렸지만 통상 대부업체와는 달리 정보수집능력이 떨어져 딱히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는 채권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춘천지법 소속 2명의 파산 담당 판사가 원주, 강릉 등 도내 전역의 파산 건을 담당하고 있어 세세한 채권자의 사정은 드러나기 쉽지 않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를 하루빨리 구제해주는 것도 의미있지만 부정직하고 불성실한 채무자를 가려내 채권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