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 수술하면 기력 떨어져
면역에 관여한다는 증거
대장의 첫 부위가 맹장이다. 공교롭게도 사람의 것은 퇴화(退化)해 새끼손가락만 해졌으며, 그것을 '충수(蟲垂)'라 하는데 '벌레 닮은 돌기'라는 뜻으로 '충양돌기(蟲樣突起)'라고도 한다. 옛날, 옛날, 그 옛날에 곡식이나 과일을 주식(主食)으로 했을 적엔 제법 길었을 테지만….
아무리 작아졌다고 해도 쓸모는 있다고 한다. 어디 필요 없는 것이 우리 몸에 달라붙어 있겠는가. 얼마 전만 해도 걸핏하면 '맹장염(盲腸炎)'에다 무용론(無用論)이 우세해 다른 일로 복부 수술을 했다면 일부러 그것까지 몽땅 잘라버리기 일쑤였다. 개밥에 도토리 신세였던 그것을, 지금은 신주(神主)처럼 모신다.
이상야릇하게도 맹장 수술을 한 사람은 하나같이 힘이 없고 기력이 떨어진다. 바로 그것이 면역에 관여한다는 똑똑한 증거다.
옛날에는 썼으나(있었으나) 지금은 쓰지 않는(퇴화한) 기관을 '흔적기관' 또는 '퇴화기관'이라 하니, 사람 몸에도 충수 말고도 귓바퀴를 움직이게 하는 동이근(動耳筋), 눈구석에 있는 작은 살점인 순막(瞬膜), 꼬리뼈 미골(尾骨) 등이 있다.
진화란 말만 하면 닭살이 이는 사람도 많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뀌는 것은 사실인 듯! 생물학에서는 진화(進化,evolution)라는 개념이 빠지면 학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초식동물은 크게 두 무리로 나눌 수가 있다. 토끼나 말 같은 순수 초식동물은 맹장이 아주 크고 길어서 그것이 맹장은 발효탱크(醱酵 tank) 역할을 하고, 소나 염소처럼 반추위(되새김위)를 가지고 있어 그것이 발효를 하는 곳이다. 반추해 말하면, 반추동물은 위가 발효 통이라면 반추위가 없는 토끼는 맹장이 풀(섬유소)을 분해하는 탱크 역할을 한다.
여기서 '발효탱크'라는 말은, 기특하고 갸륵한 잡다한 세균이나 원생생물들('미생물'이라 해도 좋음)이 섬유소를 분해하는 곳이란 뜻이다.
부패는 유해한 썩힘이라면 발효는 '유익한 부패'라고 부르면 되겠다. 초식동물에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곳이 맹장인 것과 반추위인 것, 두 종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