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었지만 정선은 아직 서늘했다.
최영(58) 사장의 집무실이 있다는 폐교(구 고한초교) 건물 내부로 들어섰을 때, 왠지 강원랜드의 화려함과는 참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나무로 돼 있는 흙 묻은 바닥과 바람이 불때마다 소리나는 창문은 손대지 않은 듯 했다.
인터뷰 이틀 전 열렸던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끝났기 때문일까. 최영 사장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일단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출판기념회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 사람들이 꽤 많이 왔었다고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알려줬고, 덕분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그 자리에서 많이 만났습니다. 지역주민을 비롯해 제 고향인 강릉에서도 상당수가 왔더군요. 솔직히 그렇게 많은 분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대로 인사를 못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 책은 왜 쓰신 겁니까
“MB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초기에 촛불시위가 다시 시작되고 지지도도 20%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분에 대해 많은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서울시 공무원을 하던 3년 반 동안 그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지만 그렇게 모난 분이 아니거든요. 그 오해만큼은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갖고 있던 자료들을 찾아 조금씩 쓰기 시작했죠. 한 7~8개월은 걸린 것 같습니다.”
- 책을 보면 스스로 MB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그 영향이 강원랜드 운영에 도움이 되던가요
“이 책에서 기본적으로 하고자 하는 얘기는 '변화'예요. 많은 외국인이 서울시장인 MB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문제를 뒤집어보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해결 방안을 내놓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도 강원랜드에 와서 변화를 이루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결과야 만족하지 못하지만 방향은 맞게 가고 있다고 봅니다.”
- 지난해 3월26일 사장에 취임했지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직을 1년간 끌어온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단 내부적으로도 조직이 관료화돼 있었고 지역에서는 지역대로 강원랜드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어요. 여기에 정부에서는 전자카드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옥죄어 왔죠. 이런 3가지 문제가 동시에 충돌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하나씩 풀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012년까지 총 1조3,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인 투자사업이 완료되면 강원랜드는 카지노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인가요
“E-City사업을 비롯해 하이원 스위치백 리조트, 모터스포츠 패밀리리조트 등 지역연계사업에 5,500억원 정도가 투자됩니다. 또 하이원콘도 증축과 호텔 신축 공사를 할 계획이고 카지노와 리조트 경관에 대한 환경개선사업도 시작되죠. 아, 정선 워터파크 사업에만 1,100억원이 들어가요. 이런 시설공사를 2012년까지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이제 곧 새로운 강원랜드, 새로운 하이원리조트가 탄생할 겁니다.”
-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부담도 적지 않겠는데요
“저는 투자하려면 제대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될만한 사업이라면 분명한 의지와 자신감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거죠. 이번 사업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그런 것들입니다. 다만, 안되는 사업, 실패한 프로그램은 과감히 접어야 하고, 특히 낭비적인 요소는 적극적으로 없애야 합니다. 저는 취임하자마자 조직개편을 했고 인력과 경비를 줄였습니다. 또 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해놓고도 수익을 못내는 테마파크 사업을 없애 버렸어요. 접을 건 확실히 접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투자는 과감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 그런데 투자를 어디에 하느냐 때문에 강원랜드와 폐광지역 자치단체와의 갈등이 늘 있어 왔습니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어요. 지역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강원랜드가 대화와 설득을 주도했어야 합니다. 어떤 사업을 할 때 지역과의 의사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간 필요한 '신뢰'가 쌓이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지금의 강원랜드는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점을 주민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하이원리조트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태백, 삼척, 영월 등에서 하려는 리조트 사업과 겹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강원랜드 사업은 투자와 사업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진행될 수 없는 사업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차별화가 이루어지죠. 또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서로 별개로 추진돼 온 폐광지역 자치단체들의 사업들이 이제는 서로 연계되어 진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이에 대한 용역을 맡겨볼 생각입니다.”
- 정부와 강원랜드 간의 관계도 복잡하지요? 전자카드제, 매출총량제 등 때문에 지난해에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정부 입장에서야 강원랜드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겠죠.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등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놀이삼아 한번씩 카지노를 들릅니다. 그곳을 관광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강원랜드도 그런 관점에서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 먼저 노력을 해야겠지요. 워터파크 사업이나 호텔 신축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입니다. 때문에 카지노 규제는 전적으로 회사에 맡기고 그 책임 역시 회사에서 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내부 상황과 지역, 정부 등과의 문제를 모두 상대해야 하니 여러모로 힘들겠습니다
“그거야 일이니까 제가 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정작 힘든 것은 저와 강원랜드에 대한 오해예요. 취임 초기에 직원들과 주민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되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물론 겪어보면서 많이 풀렸죠. 강원랜드에 대해서도 그래요. 폐특법이나 전자카드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저희는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물밑에서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움직였거든요. 그런데 지역주민들은 '도대체 강원랜드는 뭐하고 있냐'는 질타를 쏟아냈습니다. 이 부분도 나중에 좋게 해결됐지만 이런 내부 오해를 푸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 재임하는 동안 이것만은 반드시 해놓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뭘까요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이 2015년에 폐지된다고 하니까 다들 어떡하느냐, 연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물론 연장돼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 주장해서는 안돼요. 우리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강원랜드에는 그런 노하우와 역량이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내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쌓아야 합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2012년까지의 사업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저는 한번 해 볼만하다고 봐요. 이게 가장 큰 현안이죠.”
- 지역의 대표기업 CEO로서 주민들에게 한마디 해 주시죠
“저는 강원랜드와 지역, 강원도 모두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사업들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봐야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과거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늘 지금 그대로 밖에 되지 않아요. 변화, 그것도 과격한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도민들이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유병욱기자 newybu@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