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루사' 이후 재해예방 필요성 대두됐지만 사업은 2007년 돼서야 시작
비상 방류량 절대적으로 부족 안전 장담 못 해 … 올해까지 공정률은 고작 46%
역대 한반도에 최악의 피해를 끼친 것으로 기록된 태풍 '루사'가 오는 31일로 발생 10년째를 맞는다.
태풍 루사는 2002년 8월31일 하루 동안 강릉지역에 무려 870㎜의 폭우(일 강수량 최대)를 쏟아부었고 장현, 칠성, 동막저수지가 잇따라 붕괴되면서 하류 지역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더욱이 강릉 남대천 상류 오봉저수지의 수위가 홍수위(118.5m)를 지나 제방 꼭대기(121m)에 육박하는 120.2m까지 차오르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루사를 겪고 난 뒤 오봉저수지 재해예방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사업은 2007년 12월이 돼서야 시작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481억3,200만원을 들여 2015년 말까지 오봉저수지 제방을 현재(121.3m)보다 3m 높이고 제방 위에 2m 높이의 옹벽(Parapet-Wall)을 쌓을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만수위가 3m 높아지면서 총 저수량은 1,272만㎥에서 1,703㎥로 33.8%(431㎥) 늘어난다. 특히 여수토방수로 1문을 추가 설치해 총 4문으로 늘리고 직경 7.1m 길이 291m 크기의 비상방수터널을 뚫어 재해예방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다.
이에 따라 초당 방류 가능량이 2,735㎥로 늘어 오봉저수지 유역면적 전역(1만900㏊)에 하루 860㎜가 내리더라도 소화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올해까지 5년간 투입된 사업비는 총사업비의 45%인 220억원에 불과하고 공정률도 4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상방수터널을 굴착했지만 수문은 내년 말께나 설치될 예정이고 여수토방수로 보강은 2014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여수토방수로 보강공사가 시작된 뒤 루사급의 대형 태풍이 또다시 불어닥칠 경우 비상 방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저수지 안전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오봉저수지가 강릉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환경용수 등을 공급하다 보니 물을 모두 빼고 작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현재 검토 중인 설계변경이 완료되면 내년부터는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강릉=최성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