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축물 무너진 사천 판교리지역 그대로 천막만 덮어놔
민가 몰려 대형사고 위험 … 시 “주민들 마을회관 대피”
지난달 6일 불법 석축물이 무너지면서 집을 덮친 강릉시 사천면 판교1리 주민들은 태풍 볼라벤 북상 소식에 불안해하고 있다.
집 뒤 언덕을 흙으로 메운 뒤 쌓은 불법 석축물이 집을 덮치며 석축에 집 일부가 파손된 박숙남(여·75)씨는 태풍이 온다는 소리에 집을 떠나 아들 집으로 피신해 있었다. 박씨는 “석축이 무너진 뒤 시에서는 땅을 원상복구하고 피해보상을 하라고 했지만 땅주인은 석축만 다시 자신의 땅으로 옮기고 높게 쌓은 흙은 그대로 둔 채 파란 천막으로 덮어만 놔 불안한 마음에 집에 있을 수 없다”며 “내 집을 놔두고 한 달 넘게 이 집 저 집 피신해 다니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박씨의 집 뒤 산은 불법 석축물이 무너질 당시 모습 그대로 파란 천막만 덮여 있었다. 특히 천막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고정한 모래주머니는 외관상으로 보기에도 많이 낡아 보였다.
이종남(여·75)씨는 “엊그제 비는 오는데 토사를 덮은 천막이 벗겨져 직접 비를 쫄딱 맞으며 천막을 다시 덮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무너진 석축 아래로 박씨의 집 외에 5채의 민가가 몰려 있어 많은 비로 흙이 무너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은 여전히 커 보였다.
옆집에 사는 허재구(77)씨는 “엊그제도 비가 오니 흙을 덮었던 천막이 벗겨져 토사가 흘러내리는데 너무 놀랐다”며 “40년 동안 이 동네에 살면서 태풍 루사 때도 산사태 한 번 없었는데 이제는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무너질까 봐 마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 담당자는 “땅주인을 불법 형질변경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아직 결과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땅주인에게 원상복구하도록 조치를 했고 태풍 상황을 보며 위험한 주택의 주민들은 마을회관으로 대피시켜 최대한 피해를 막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릉=조상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