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남·북극 빙원이 해마다 줄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주는 북극해가 연 4~6개월간 북극항로를 열 정도니 겨울에도 바다에 떠 있는 얼음두께가 예전보다 얇아졌다. 북극해 주변 찬 공기 분포가 원추형에서 분지형으로 변했다. 그래서인지 예년과 달리 겨울한파나 여름장마 형태는 물론 이상기후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8월 말에서 9월 초에 발생하는 게릴라식 국지성 호우는 산사태 등 인명 피해를 가져와 이상기후가 아닌가 하지만 이는 옛날에도 있었던 자연현상이다. 오늘날 정보의 신속성 때문에 시간차 게릴라식으로 보일 뿐 국지성 호우는 한랭전선에서 볼 수 있는 자연법칙이다. 다만 피해가 옛날보다 큰 것은 무분별한 수직 절개지 등 자연훼손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8~9월 집중호우가 장마에 포함되는가에 대한 인식이다.
기상청 홈페이지(기상백과)에 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로,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내리는 비라 한다. 일본에서는 Baiu(바이우·梅雨), 중국에서는 Mei-yu(메이위·梅雨)라고 한다. 장마의 어원은 '댱(長)마(맣)'로 긴 혹은 오랜이란 뜻의 한자어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의 합성어다. 기상청의 장마 개념에 8~9월의 집중호우는 분명 제외되어 있다. 일본의 장마는 우리보다 한 달 이른 5월 하순경에 시작된다. 일본 중부에서 중국 양쯔강 지역으로 이어지는 장마전선은 중국이나 일본에 매실이 성숙하는 데 필요한 비로, 유익한 우기(雨期)다. 이때 한반도의 농작물은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매실도 예외가 아니다. 장마에서 장(長)이란 한자를 인정하면서 '마'라는 글자에서 우리말 어원을 찾는 것이 어설프기만 하다. 조선시대 7월 역병 기록이 많다. 목숨을 위협하는 병마(病魔)와 수마(水魔)는 '좋지 않다'는 마(魔)를 연상시킨다. 일본과 중국의 매우(梅雨)와 비교하는 것은 인식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장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랭·건조한 대륙성고기압이나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기단을 만나면서 생기는 정체전선의 결과이다. 올해 장마전선의 시작은 예년과 달리 중부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남하하면서 엄청난 물폭탄을 퍼부었다. 이 전선(前線) 중 대표적인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은 모양새가 다르다.
온난전선은 더운 공기가 북상하면서 찬 공기와 만나면 확장자의 성질에 따라 위로 상승하는 현상을 보인다. 여기서 생기는 난층운이나 층적운, 고층운 등의 구름은 강수량이 적다. 한랭전선은 찬 공기가 습기 많은 더운 공기 밑으로 파고들 수 있는 지역에서 적란운(소나기구름)을 만들며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를 게릴라식으로 뿌린다. 북상하는 장마는 대부분 온난전선이고, 남하하는 장마는 한랭전선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8, 9월의 국지적 집중호우는 남하하는 한랭전선과 같은 모양새이다. 지난번 춘천·홍천과 경기도 여주지역의 집중호우는 장마전선이 일시적이나마 남쪽으로 이동하는 한랭전선에서 발생한 것이다.
장마전선의 모양새를 보면 식중독이나 질병 예방대책이 필요할지, 호우나 산사태를 대비해야 할지 예측 가능하다. 기상청 통보나 재난방송, 정부의 수해대책에서 좀 더 신경 쓸 일은 단순한 보도나 대응이 아니라 장마전선 형태와 변화에 따른 적절하고 세밀한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는 일이다. 주민들은 예보가 가끔 다소 빗나가더라도 주차와 인명 대피 등 수해대책과 통제에 신속하게 따르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