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터넷 카페 활동 전국적 명성
온라인에서도 경찰이미지 개선 힘써
경찰직 사회 봉사·정의 실현 큰매력
범인 색출 노력한 만큼 성과 나온 것
그간의 경험·노하우 집대성 책 펴내
퇴임이후에도 범죄 피해자들 돕고파
대한민국 경찰관 총 11만8,651명(2018년 기준). 이 중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했을 때 사진과 프로필이 나오는 경찰관은 얼마나 될까. '사냥꾼 이대우', '도시경찰' 등의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대우 춘천경찰서 형사과장은 그 몇 안 되는 경찰관 중 한 명이다. 2000년 시작한 '범죄사냥꾼'이라는 인터넷 카페로 이미 유명세를 탔던 그가 30년 넘게 형사로 살아온 경험을 담은 책을 최근 출간했다. '다시 태어나도 경찰'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그동안의 경찰 생활에 대한 자부심과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각종 사건기록으로 가득찬 업무실에서 이대우 과장을 만나 30여년 세월을 형사로 살아 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30여년 형사의 경험을 담은 책 '다시 태어나도 경찰'을 출간한 배경은=“형사 생활만 30년 넘게 해 왔는데 그동안 처리했던 사건 중 80~90%가량의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한 번 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번에 기회가 생겼다. 사실 이전에도 책을 내보자는 권유가 많았지만 그때는 상업적인 목적이 커 보였다. '사람 냄새 나는 경찰'을 책에 담고 싶었다. 출판사와 그 부분에서 얘기가 잘 맞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형사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을 꿈꾸는 사람들, 사회 초년생, 일반인들에게 경찰에 대한 궁금증을 포괄적으로 알려주기 위해 출간하게 됐다.”
■제목부터 경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경찰의 매력은 무엇인지=“경찰공무원은 돈을 받으면서도 국가에 충성할 수 있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으며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일거사득(一擧四得)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찰관 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꿈꾸고 있는 분들은 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하하.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찰 생활에 대한 방향 제시는 될 것으로 생각된다.”
■경찰 생활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자동차 운전자 보험 관련 사건을 해결했는데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해자가 보상받는 자동차 운전자 보험을 악용해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사망사고를 내면서 보험금을 갈취하는 경우가 있었다. 일반 교통사망사고로 위장돼 있었는데 추적 끝에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 또 제주도에서 3명이 숨진 강도살인사건이 2년간 미궁에 빠졌었는데 끈질긴 집념과 과학 수사를 바탕으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누명을 썼던 유족들이 억울함을 풀 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 와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범죄사냥꾼'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범죄사냥꾼'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사실 '범죄사냥꾼'이라는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다. 인터넷 카페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경찰에 대한 많은 편견을 바꾸는 것이었다. 처음 개설할 당시만 해도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굉장히 많았다. 이런 시선을 바꾸기 위해 카페를 통해 일일 형사 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체험자는 경찰 마니아가 됐다. 경찰에 대해 부정적이던 시민들이 경찰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끼게 된다. 범죄 피해자들이 상담을 요청하거나 제보를 많이 하게 됐고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실제 사이트 제보를 통해 400명 넘게 검거하기도 했다.”
■'범죄사냥꾼' 유튜브 채널을 보유한 유튜버로 3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유튜브에 가입한 것은 2012년인데 어느 날 보니 많은 전직 폭력배와 전과자가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었다. 자기의 범죄경력을 자랑 삼으며 말하는데 이런 유튜버들이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청소년들도 전과자의 유튜브를 보며 '정상적으로 생활하지 않아도 전과자들처럼 돈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좋지 않은 생각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유튜버로 활동하며 그런 유튜브들의 유해성 등을 알리고 있다.”
■주로 서울에서만 근무하다 춘천으로 왔다. 서울과 춘천의 경찰 생활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아무래도 서울은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다이내믹한 측면이 있다. 춘천은 정제돼 있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서울에서는 현장에 많이 있었고 춘천에서는 직책이 과장이다보니 다이내믹함과 다소 거리가 있기도 하다. 춘천이 편하기도 하고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자연이 있어 좋긴 하지만 활동적인 것이 내 성격과 잘 맞는 것 같다.”
■경찰 생활을 하면서 검거한 사람만 1,000명이 넘는다. 범인을 잡는 자신만의 노하우는=“항상 관심이 있어야 한다. 관심이 없으면 눈 앞에 범인이 있어도 놓치게 된다. 노력도 필요하다. 남들보다 1시간 덜 자고 남들이 쉴 때 1시간 더 일하면 당연히 성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래전 소매치기를 잘 잡는 동기가 있어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했지만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기가 생겨 매일 소매치기가 많이 나타나는 범죄 장소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시청 방향으로 20대 3명이 지나가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쫓았다. 이들이 버스 승강장에 있던 여자의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는 장면을 목격하고 검거하게 됐다. 그 다음부터는 소매치기범이 잘 보였다. 출퇴근 중에 잡기도 하고, 쇼핑 중에도 잡았다. 이 모든 것이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찰로 남고 싶은가=“그냥 노력하는 형사 중에 한 명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런 형사가 있었다, 범죄사냥꾼이 있었다 하는 정도. 정년퇴임한 후에도 경찰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그동안 범죄 피해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퇴임 후에도 그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권순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