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대형참사 우려 차량진입 필사적으로 막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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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마이삭' 당시 평창 송정교 붕괴현장서 인명피해 막은 박광진씨

사진=평창군 제공

“교량이 붕괴될 당시의 모습을 목격했다면 누구라도 차량 통제에 나섰을 겁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강타한 지난 3일. 평창군 진부면 송정교(길이 150m·폭 8m)가 붕괴되기 불과 30초 전까지 차량통행을 제지해 인명 피해를 막은 '숨은 영웅'이 화제다.

주인공인 평창 진부면 송정4리 박광진(59·사진)씨는 송정교가 붕괴되기 전 급박했던 과정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오전 7시25분께 집 2층 거실에서 송정교를 보니 다리 난간 3개가 살짝 휘어진 것 같고 상판도 가라앉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리가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은 송정4리 홍준균(48) 이장에게, 부인은 119에 전화를 걸어 교량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씨는 “이장에게 알린 후 곧바로 집에서 나와 송정교에 와 보니 다리 중간 부분이 많아 가라 앉은 상태였고 그 시간까지도 차량 통행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 통행을 막지 않으면 자칫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 같아 아무 생각 없이 손짓으로 다리에 진입하려는 차량에 엑스 표시를 하고 '다리를 건너면 안 돼요. 오지 마세요. 피하세요!'를 숨 가쁘게 외쳤다”고 말했다.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송정교 유실 직전까지 박씨가 차량 진입을 막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오전 7시28분25초께 다리 건너편에서 승용차가 진입하려하자 황급히 뛰쳐나갔다. 손사래 치듯 손을 좌우로 흔들고, 차량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한다. 다리를 절반가량 지난 승용차는 박씨를 발견하고는 비상등을 켜고 급히 후진했다. 박씨는 다른 차량에도 손을 저으며 교량 진입을 극구 말렸다. 그리고 30초 후인 오전 7시28분55초께 교량 일부가 폭삭 주저앉았다.

박씨는 “차를 멈춘 주민으로부터 4일 오전 생명을 구해줘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평창군청 공무원과 경찰, 119구조대 등 많은 분이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데 저만 부각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창=김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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