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비행기에 대한 동심을 돌려주실 수는 없나요.”
내가 태어나 살던 우리 동네 횡성군 횡성읍 반곡리는 공군 비행장이 옆에 있어 자고 일어나 눈만 뜨면 항상 날아다니는 전투기를 볼 수 있었다. 그때에는 그 전투기를 '쌕쌕이'라 불렀던 것 같다.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비행기에서 '쌕~쌕~' 하며 제법 큰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농촌 시골에서 살던 아이들이 어디에서 이렇게 큰 소리를 들었겠는가? 아니,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광경을 어디에서 봤겠는가? 볼 게 없고 놀 게 없던 시골 아이들에게는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광경과 전투기에서 내뿜는 소음 조차도 하나의 재미있는 놀잇감이었다. 아이들과 동네 뒷산에서 총싸움을 할 때도 전투기가 날아가면 적으로 간주해 거기다 입으로 총질을 해대며 웃고 놀았었다. 그렇게 어린 유년 시절의 전투기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으로, 또는 미래의 '꿈'으로 각자의 머릿속에 좋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후 한참이 지난 지금에도 그 어린 시절 동심 속의 전투기는 지금도 내가 살고 있는 횡성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그 '쌕쌕이'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전투기가 날아갈 때마다 내뿜는 굉음으로 인해 어린 시절의 전투기에 대한 행복한 기억은 갈기갈기 찢겼다. 전투기 소음으로 옆사람과 대화가 안 되고 휴대폰 통화도 불가능하게 되면서 일상에 문제가 생겨 버린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전투기에서 우리 일상의 평화를 깨 버리는 소음 제조기로 전투기 이미지가 바뀌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주민들 머리에는 전투기 소음을 반대한다는 띠가 매어졌고 공군부대 정문에는 농성 천막과 반대 현수막이 달리는 등 지역 주민들이 전투기 소음 해결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횡성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그냥 전투기와 같이 평화롭게 같이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 횡성지역 주민들이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살았던가? 정부와 공군 측에서 우리 횡성군민들이 요구하는 아주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해결책이 나오리라고 본다. 부디 횡성지역 어른들의 군 비행기에 행복했던 동심을 다시 돌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