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발생한 ‘고등학생에 의한 초등학생 흉기 피습 사건’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교육계를 중심으로 학생 돌봄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는 걸까? 본보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실제 청소년들의 입장을 분석하고 지역사회가 나서야 할 일은 무엇인지 대안 찾기에 나선다.
도내 10대 중 40% “평상시 스트레스 대단히 많아” 응답
가장 큰 원인은 진로 문제…부모님과의 갈등 요인 작용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가려면 생기부(생활기록부)를 1학년 때부터 잘 관리해야 하는데... 항상 스트레스 였어요.”
17일 오후 원주 중앙로의 강원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만난 수영(가명·18)양. 그는 고등학교에서 보낸 3년 가까운 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28명인 학급 친구 중 수시 전형에 지원하지 않는 인원은 3명 정도. 수영양은 “경영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모의마케팅 동아리, 광고 동아리에 들어가서 결과물을 만들고 생기부에 남겨요. 학교 동아리는 철저하게 스펙 관리용으로 한다”며 “학교는 입시학원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강원도 내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6%가 수영양처럼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진로·진학 문제''를 스트레스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고교 1학년생인 준민(가명·16)군은 “학교 생활이 여유 없이 바빠서, 자퇴까지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학기 초에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희망 진로''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부터 “압박감이 컸다”고 말했다. 중간에 진로가 바뀌면 생기부 관리도 ‘착오''를 겪기 때문이다. 특히 진학에 도움이 되는 인기 동아리는 가입 경쟁이 치열했다.
‘생존 고민''은 중학교 2학년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속초의 한 중학교 2학년생인 정희(가명·14)양은 “성적 관리를 하려면 진로가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꿈이 없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진로·진학 문제는 부모님과의 갈등의 원인이기도 했다.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싶었던 민서(가명·14)군은 일반계고 진학을 바라는 부모와 갈등을 겪었다. 그는 “부모님과 진로·진학 문제로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때 고민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학생들은 대부분 “코로나19 때문에 외부 활동도 없었고, 학교에서 1주일에 한 번 하는 진로 교육은 영상 교육이어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