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대한민국 최대 탄전 장성광업소의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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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태백주재 부국장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는 단일탄광으로는 국내 최대 탄전이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삼척개발주식회사가 개광한 삼척탄광의 장성갱을 모태로 한다. 삼척탄광은 광복 후 미군정과 상공부 직할을 거쳐 1950년에 출범한 대한석탄공사에 이관되었으며, 탄광의 규모가 커지자 1951년 도계광업소와 장성광업소로 분리돼 지금에 이른다.

대한민국 탄광의 자존심이자 에너지 자립 강국의 상징이었던 장성광업소는 1959년 100만톤, 1966년에는 200만톤 생산을 돌파했다. 이어 1979년 사상 최대 실적인 228만톤을 생산하기도 했다.

단일 광업소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장성광업소는 1952년 당시 1,694명의 광산근로자들이 근무했다. 이어 석탄증산정책에 따라 1960년 3,896명, 1970년 5,617명, 1979년 5,617명으로 급증했다.

근로자들이 늘면서 탄광촌도 발달해 화광동·신흥동·문곡동·협심동·평화동·문화동·금천동 등지에 광부들의 사택이 밀집했다.

장성광업소의 광산근로자 증가는 1981년 장성읍과 황지읍을 통합, 태백시로 승격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 에너지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른 연탄 소비감소, 가스 사용의 증대, 채탄층의 심부화로 인한 채산성 악화 등 석탄산업의 사양화가 가속화되면서 장성광업소는 규모가 축소되고 탄광촌도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장성광업소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시행이 본격화되자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광산근로자 역시 1988년 5,051명을 기점으로 급감하기 시작해, 2000년 1,330명까지 줄었고 올 7월 말에는 협력업체 직원 228명을 포함, 555명에 불과해 호황기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계속된 감산과 구조조정, 신규인력 채용 중단 등이 이어지면서 무연탄 생산량은 2018년 27만2,000톤에서 2021년 16만5,000톤, 올해는 지난 7월 말까지 8만8,000톤을 생산하는데 그쳤다.

대한석탄공사 노사정협의체는 올 3월 2일 회의에서 2024년 장성광업소 폐광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이에 태백시는 인구 4만선 붕괴와 함께 장성광업소 폐광이라는 시 개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태백시가 주문한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지정 사전분석용역 최종 보고서를 보면 태백지역 최대 고용규모를 가진 사업장인 장성광업소 폐광 시 지역경제 피해 규모는 2,359억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2016년 태백시 지역 총생산(GRDP) 9,725억원의 24.5%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장성광업소 지하 막장에서 발생한 갱내사고로 광산근로자 1명이 숨지자 지역사회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장성광업소는 2019년 3월 27일에도 갱내에서 가스 연소 사고가 발생, 광산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바 있다.

석탄공사 노조는 정부의 무리한 장성광업소 기능조정(구조조정)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른 지속적인 감산·감원으로 신규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근로자들의 정년퇴직을 통해 인원 감축을 하는 단계적 구조조정으로 1인당 업무량이 대폭 늘어났다. 이 때문에 광산근로자들의 피로도는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안전사고 위험도는 커지고 있다.

광산근로자들은 태백지역사회가 장성광업소 폐광에 따른 대체산업 유치에는 관심이 많지만 열악한 노동 현장의 근로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제 장성광업소 폐광은 태백지역사회의 ‘발등의 불’이 됐다. 대한민국의 산업근대화를 이끈 장성광업소 전·현직 광산근로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태백지역사회가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해내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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