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을(乙)의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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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출신 김은호 작가 첫 장편소설 '리모델링'
백화점 입점 시스템, 갑을관계 비판적 시각으로

◇장편소설 ‘리모델링’ 표지

백화점을 떠올려보면 '화려함'이 생각난다. 그 공간 깊숙한 곳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견뎌내야 하는 입점 소상공인들을 먼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강릉 출신 김은호 작가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리모델링'을 펴냈다. 재계약을 미끼로 매출 실적과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백화점의 폭력적인 횡포와 갑질, 그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을'의 이야기가 적나라한 작품이다.

주인공 윤하는 백화점 지하 식품부에서 즉석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한다. 그와 같은 구역에는 4개의 매장이 입점해 있다. 윤하와 성현, 최 사장, 이 사장은 입점한 시점도, 경로도 다르지만 열심히 일하며 의지하고 지낸다. 한해가 끝나는 12월, 백화점에서는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한다. 모든 입점업체들이 리모델링 후에도 이곳에 남아 계속 영업을 할지, 아니면 계약을 종료하고 떠날지 한 달 안에 결정하라는 통보를 받으면서 소설이 전개된다.

현실감이 넘치는 이 작품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백화점 식품관과 의류관에서 다수의 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탐욕을 장려하는 자본주의가 깃든 백화점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일지 모른다. 갑의 횡포가 을의 노동력, 자금을 어떻게 갈취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순원 김유정문학촌장은 추천사에 “화려한 외양과 불빛 뒤에 가려 까맣게 몰랐던 진실, 그 이야기를 작가는 ‘사람다운 사람들의 세상 이야기’로 펼쳐낸다. 소설의 이야기와 문장은 정직하고 따뜻하다. 책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빨려 들어갈 듯 강력한 힘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이 이야기와 문장에 응원의 힘을 보낸다”고 했다.

김은호 작가는 2021년 '인간과문학'에 단편소설 '바늘털이'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러 문예지에 고향인 강릉 주문진을 배경으로 쓴 '금아', '애골, 그 할아버지', '등대그늘' 등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북인刊. 25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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