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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거짓말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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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가 있다.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의 배경은 포스터에 나오는 광고 문구처럼 ‘모든 사람이 진실만을 말하는 세상’이다. 주인공은 뚱뚱한 외모에 모자란 실력 등으로 매사에 자신감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나리오 작가 마크다. 언뜻 멋있는 직업처럼 보이지만 수세기 전 과거의 일을 사실 그대로 정리하는 수준의 글을 쓰는 것이 전부다. 하필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가 그가 담당하던 시기이니 더군다나 인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첫 만남부터 “우리 데이트는 맥 빠지고 우울하다. 당신은 매력이 없다”라는 뼈 때리는 소리를 내뱉는다. 그래도 마크는 익숙한 듯 별다른 반론이나 저항(?) 없이 그녀의 얘기를 묵묵히 듣는다.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은 이처럼 시종일관 짠하다. 하지만 반전의 모멘텀이 찾아온다. 인류 최초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발명해 버린 것이다. ▼그가 세상에 거짓말을 내놓는 순간 반전의 상황들이 펼쳐진다. 무시만 받던 그는 쉽게 여자를 유혹하고 도박장에서 떼돈을 번다. 거짓말로 헤어질 위기의 연인을 다시 이어주고,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말 한마디로 자살하려던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도 벌어진다. 게다가 상상력이 가미된 그의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일에 그는 자신의 발명품인 거짓말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통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아주 사소하고 의례적인 말까지 포함해 하루 평균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우리는 거짓말이 일상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에는 마크가 했던 것처럼 진실과도 결이 조금은 다른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선의는 사라진, 거짓말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 놀이에 흠뻑 빠져 있는 위정자들에게 권하는 영화다. 넷플릭스에 있다.

오석기문화체육부장·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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