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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20년 전 한국을 보는 듯한 모로코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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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수도 라바트 거리에 몰려 나온 모로코 국민들이 모로코의 4강 진출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신.

2022 카타르 월드컵 돌풍의 주인공 모로코는 마치 20년 전 우리나라를 떠오르게 한다.

모로코는 11일 0시(한국시간) 열린 카타르 월드컵 8강 포르투갈전에서 1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4강에 진출했다. 유럽과 남미 국가가 아닌 국가로는 2002년 한국에 이어 20년 만의 진출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모로코의 돌풍은 20년 전 한국과 많이 닮았다.

우선 두 팀 모두 강력한 수비를 자랑한다. 야신 부누(세비야) 골키퍼를 필두로 한 모로코는 이번 대회 8강까지 5경기에서 단 1실점만 했다. 이 유일한 실점마저 조별리그 캐나다전에서 나온 자책골이다. 20년 전 한국도 김태영-홍명보-최진철로 구성된 스리백이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8강까지 5경기에서 2실점에 그쳤다.

꺾고 올라온 상대도 같다.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8강전에서 스페인을 물리치고 4강 신화를 이뤄냈는데 모로코 역시 16강에서 스페인, 8강에서 포르투갈을 꺾었다. 이베리아 반도의 두 거인이 20년에 걸쳐 기적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특히, 한국과 모로코는 모두 스페인을 상대로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는 것도 같다.

◇모로코 팬들이 벨기에 브뤼셀 시내로 나와 4강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비슷하다. 2002년 한국은 홈에서 대회를 치렀기에 한국의 붉은악마는 매 경기마다 붉은 물결로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수십만명의 인파가 거리응원을 벌이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이번 대회는 카타르에서 열리지만 모로코도 사실상 홈 경기처럼 대회를 치르고 있다. 중동인 카타르와 북아프리카인 모로코는 ‘메나(MENA·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한 데 묶는 표현)’에 속한 국가들로 메나 소속 국가 팬들은 자신들 중 최초로 4강에 오른 모로코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4강 신화를 이뤄낸 자국 대표팀의 선전에 모로코 시내도 마치 20년 전 한국을 보는 듯하다. 수많은 국민들이 거리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다. 런던, 파리, 브뤼셀 등 유럽 곳곳에 자리 잡은 모로코 이민자들도 거리로 나와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이제 모로코는 자신들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와 만난다. 디펜딩 챔피언답게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프랑스지만 모로코 역시 지예흐(첼시), 하키미(파리생제르망), 암라바트(피오렌티나), 엔 네시리(세비야) 등 다수의 빅리거를 보유한 만만치 않은 팀이다. 한국의 돌풍은 4강에서 멈췄다. 과연 모로코는 4강을 넘어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제3대륙’ 최초의 결승 진출 팀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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