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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희곡_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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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27)
△서울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이민선씨.

2019년 3월 황금소나무 아래 언니를 묻고, 국어사전에서 ‘절망’이란 단어를 찾았습니다.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림. 또는 그런 상태.’ 밑에 다른 한자 표기로 ‘간절히 바람’이라는 문장이 붙어있었습니다. 절망과 희망은 배우와 관객처럼 마주보는 한 쌍이며 우리는 그 세상을 유지보수해가면서 지독하게 살아가나봅니다. 문은 가능성의 벽. 조금만 용기 내자, 상처를 보듬으며 오늘도 살아보자는 생명에 대한 간절함으로 초인종을 눌렀더니 거기 ‘은수’가 있었습니다. 바라던 절망들을 찢어 화투처럼 섞어 하나로 이어 붙인 세상에서요. 이제 문밖의 은수를 상상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은혜 갚으며 살겠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먼저 제 글을 믿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하라던 고유명사 ‘그사람’과 이니셜로 남은 이름들, 무한한 신뢰를 기반으로 온기를 나눠준 친구들, 수묵화 같은 나의 레전드, 정신적 지주 고연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 태산같이 단단한 성정을 지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엄마, 두 언니들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슈, 오래 곁에 있어줘.

‘너가 무엇이 될지 궁금했는데….’ 언니의 나무 앞에만 가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적어도 건넬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점이 가장 기쁩니다. 계속 희망을 열고 닫고, 닫고 또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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