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은 모두 237편으로 반려동물(유기동물), 학원 스트레스, 가정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그중 네 편을 선정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거울 속 세계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예람이의 거울>은 소소한 재미는 있었으나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많아 다소 산만했다. <시간 잡아먹는 괴물>은 놀 시간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상징적인 비유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끌고 갔다.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과 놀이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이와의 싸움은 흥미로웠으나, 익숙한 서사구조가 단점이었다. 가정폭력을 소재로 한 <부모님이 사라졌다>는 어두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능숙한 솜씨로 꺼내 보였다. 폭력 어른을 잡아가는 ‘아동관리부’, 사라진 아빠에 대해 끝까지 냉담한 아이는 냉혹한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희귀동물이 되어버린 인간의 발견으로 시작된 <올리버와 앤>은 흡인력이 있었다. 사건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서술한 건조체의 문장, 슬쩍슬쩍 암시처럼 던져주는 인물의 심리묘사는 작가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미진한 결말은 아쉬웠다. 저울질 끝에 새로운 소재와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남다른 관점에 더 마음이 기울어 <올리버와 앤>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