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단상]5일장 옆에 고라니가 뛰노는 영월

원장희 전 영월군농업기술센터소장

“5일마다 열리는 전통 장터 옆에서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이런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 “요즘 그런 곳이 어디 있겠어. 아무리 고라니가 많아도 숲속으로 가야 간혹 볼 수 있겠지.허풍이 심하네” 할 것이다.그런데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5일장 날에도 고라니를 보았다.한 마리가 아니다. 세 마리를 보았다.

영월에서 5일장이 열리는 곳은 특이한 곳이다.시가지를 우회하는 도로가 제방 위로 개설 되어 있다.이 도로 위에서 5일마다 전통 시장이 선다.영월 덕포 제방길 이야기다.물론 차량은 진입하지 못하게 한다.도로를 이용하지 못해도 기존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에는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제방 높이도 높고 넓다. 2차선 도로를 내고도 강쪽으로 폭 1.5 미터 가량 되는 산책로가 개설 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 가면서 강물이 흐르는 쪽을 보면 아름답다.상수도 수원지가 있어 보호지역이기도 하지만 보기에도 깨끗하다. 제방과 강물 사이에 갈대밭이 그림 같이 펼쳐져 있다.제방에서 강물이 흐르는 곳까지는 50미터에서 300미터 정도 된다

강변에는 크고 작은 돌이 널려 있다. 갈대가 없이 모래밭만 보이는 곳도 여기 저기 있다. 자세히 보면 갈대만 무성한게 아니다.제방 가까이에 키가 4~5미터 정도되는 아까시 나무도 군데 군데 서 있다 또 어디서 씨앗이 날아 왔는지 족제비싸리도 여기 저기 보인다. 이런 자연 환경이 물을 좋아 한다는 고라니가 살아가는데 알맞은 곳이 된 것 같다.

한달 전 쯤이다. 5일 장날이 아닌 날 산책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내려다 보이는 갈대밭 속에서 고라니를 찾아 보았다.꼭 숨은 그림 찾기 같았다. 첫 눈에 두 마리가 보였다. 천천히 걷다가 제자리에 서서 자세히 샆펴 보았다.하나 둘 셋 넷… 모두 일곱 마리를 보았다.혼자 찾지 않고 여럿이 같이 찾아 본다면 이보다 더 많을 것 같았다.

고라니가 뛰노는 갈대밭 옆으로 흐르는 강은 저 유명한 동강이다.여기서 하류로 1키로쯤 더 흘러가면 서강과 만난다.이 곳을 영월사람들은 합수머리라고 부른다.

동강 하류의 푸른 강물이 흐르고, 금강정 정자가 보이고, 낙화암 절벽이 있고, 갈대 밭에서 고라니들이 뛰어 노는 옆에 전통 5일장이 열리는 영월.전국 아디에 이렇게 자연이 숨쉬는 곳이 또 있을까.

고라니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유해 동물로 분류하고 있다.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한다.전 세계 고라니의 90%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것도 특이하다. 북한은 지나친 산지 개발로 고라니가 거의 사라져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다고 한다.우리는 고라니를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으니 귀한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누가 뭐라 하든 오늘도 전통 5일장 옆 갈대밭에 고라니가 뛰어 다니는 영월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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