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문 앞에 술 놓아주세요”…배달앱 악용에 자영업자 ‘골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일부 청소년들, 성인 아이디 도용 주류 구매
라이더가 신분확인 못하게 “놓고 가달라” 요청
걸리면 업주들 형사처벌 받고 영업 중단할 판
일부 식당은 아예 주류 판매 자체를 없애기도

◇사진=연합뉴스

배달앱의 허술한 신분확인 체계를 악용해 주류를 구매하는 미성년자들로 업주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자칫 미성년자에 술을 배달했다가 문제가 될 경우 모든 피해를 업주가 감당해야 하지만, 정확한 신분확인을 할 수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 이모(28·춘천시 퇴계동)씨는 최근 치킨과 맥주를 배달하던 중 집문을 열고 나온 주문자가 미성년자인 것을 알아챘다. 이씨는 “얼핏 봐도 미성년자로 보이는 주문자가 치킨과 주류가 담긴 봉투를 받으려길래 신분증을 보여달라 요청하니 ‘잃어버렸다’고 대답했다”며 “결국 치킨집 사장님과의 협의 끝에 치킨만 배달하고 맥주는 회수했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계에 따르면 배달앱으로 술을 시키는 미성년자들은 성인인증이 완료된 부모님의 아이디를 도용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핑계로 배달 라이더에게 문을 열어 주지 않거나, 문 앞에 술을 놓고 가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술을 배달 받은 뒤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미성년자가 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아예 배달 품목에 술을 빼는 경우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치킨집 사장 박모(강릉시 교동)씨는 “지난해까지 한 달에 2~3번 꼴로 미성년자로 보이는 술 주문건이 접수됐었다”며 “주변에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배달했다가 적발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배달 품목에서 술을 없앴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가 적발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문가들은 배달앱의 허술한 신분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가 적발되면 모든 책임과 피해를 업주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므로 배달 라이더들이 주류 주문자 신분을 확인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배달플랫폼 역시 미성년자들의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한 자체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