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인류 발전 원동력 다문화의 소중함

박길선 도의회 다문화연구회장, 교육위원장

늘 내 곁에 있으면 우리는 자칫 그 존재와 가치를 잊곤 한다. 공기와 물, 숲처럼. 우리의 소중한 이웃인 결혼이주여성, 즉 다문화가정의 주부들과 그 아이들의 존재가치가 그런 것 아닌가한다. 다문화주부들을 보는 시각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왜곡된 면이 남아있다. 흑인보다 백인이 우월한 듯, 동남아인보다 한국인이 우월한 듯 보는 잘못된 시선을 생활현장에서 가끔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인식에는 아주 중요한 사실, 진실이 빠져있다. 인류역사와 문명, 문화는 문화의 혼종과 혼효 즉 다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문명발전을 다문화가 견인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잊은 맹목적 인식의 결과가 피부색 출신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도 아무르인 아시리아인 아람인 칼데아인 유대인이 뒤섞여 창조한 다문화 문명이었다. 이후의 모든 역사적 전환과 발전은 문명의 충돌, 문화의 교류 위에서 이루어졌다. 다문화는 인류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다문화가 우리의 삶에 선사하는 구체적 가치는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들판에 벼만 재배한다고 치자. 벼가 병에 걸리면 다 굶어죽는다. 다행히 벼 외에 보리 밀 콩 과일 야채 가축을 재배한다면 벼가 잘못돼도 우리는 살아남는다. 바로 다문화의 소중함이다.

백의민족, 한민족의 순수혈통을 강조해온 우리에게는 이미 한인 몽골인 만주인 일본인 동남아인 서양인들의 피가 오래전부터 섞여있었다. 장영실의 아버지는 중국인이었다. 피가 섞일수록 후손들은 우수해진다. 중세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가문은 근친혼을 일삼다가 줄줄이 기형아를 낳고 멸문(滅門)에 이른다. 백의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합수부르크 일뿐이다.

글로벌시대가 된지 오래다. 외국인주부들, 다문화가족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분들이다.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2개 국어를 배운다. 영어까지 하면 3개 국어. 글로벌시대의 역군으로 세계를 누빌 수 있다. 국비를 들여서라도 양성해야할 인재들이다. 더구나 아이울음 소리가 사라진 농촌에 그나마 다문화주부들이 있기에 우리는 ‘어린 천사들’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강원도의회에는 ‘다문화연구회’가 설립돼 10여명의 도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연구회장으로 큰 책임감을 느낀다. 다문화연구회는 생활밀착형 지원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먼저 도민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다문화 가족들의 애로사항 직접 청취 및 해결책모색, 다문화단체 설립지원,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교육지체 해소 등 할 일은 너무나 많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예산문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최고난제는 돈(취업) 교육이다. 연구회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해법을 제안할 수는 있다. 여러분의 깊은 애정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다문화 가족들께서도 파이팅하시길 바란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