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인류의 미래, 산림에서 찾다

김진하 양양군수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가 산림, 평화, 관광, 치유라는 내용들을 담아 ‘세계 인류의 미래, 산림에서 찾는다’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필자는 이 주제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단어가 있다.

첫 번째는 ‘미래’이다.

“1년간의 행복을 원한다면 정원을 가꾸고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나무를 심어라”라는 말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의 숲은 극도로 황폐해져 민둥산이 되었다. 1950년대 우리국토의 58%는 사막화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황무지였다. 1969년에 작성된 유엔보고서에는 ‘한국 산지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써있다. 하지만 가난과 고난이 가득했던 우리의 부모님은 새벽부터 밤까지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며 피와 땀으로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었다. 초등학생들까지 학교는 물론 산에 나무를 심으며 푸른 산 만들기에 정성을 보탰고, 그를 통해 산림보호의 중요성도 익히게 됐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인이 놀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우리가 애써 가꾼 산림이 최근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계절이 뚜렸했던 우리나라는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차츰 변화해 나가고 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홍수와 산사태 등의 비 피해가 급증하고, 한쪽에선 심각한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등 우리의 삶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 현재가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미래를 위해 우리들의 부모님이 희생했던 것처럼 불편을 감수하고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치유’이다.

 산림치유에 관련된 여러 이론과 책 중에서 특별히 공감하는 내용을 소개하자면, 리처드 루브의 ‘우리는 지금 자연으로 간다’이다. 기술 발전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기술 때문에 인간은 ‘동물’로서 가지고 있었던 타고난 능력들을 잃어버리고 있다. 무엇보다 갈수록 전지전능(全知全能)해지고 있는 인간은 자신이 생태계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로 살아간다. 자연 ‘밖’에서 자연을 이용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삶이 기술에 지배당할수록 우리에겐 더욱 많은 자연이 필요하다. “자연과의 재결합만이 인간의 건강, 웰빙, 영혼, 생존을 위한 열쇠라는 것”이 바로 리처드 루브가 말하는 자연의 원리이고,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치유’인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 중 산림 비율은 62.7%로 OECD 국가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일본(68.4%)에 이어 4위다. 국토 면적대비 산림면적 비율은 강원도가 81.2%로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고 국내 전체 산림면적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에서 보듯이 그동안 강원도는 많은 산림면적으로 제약과 규제를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다. 하지만 미래의 인류를 예측해보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남겨진 과제이다.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가 숲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산림자원의 적절한 활용과 보존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미래 세대에게 “치유”라는 행복을 주는, 산림에서 세계 인류의 미래를 찾을 수 있는 멋진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세계산림엑스포가 강원산림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양군수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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