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기고]“친환경 명품케이블카 도민들과 한 땀 한 땀 만들어나갈 것”

김진태 강원도지사

1982년 10월 강원도지사가 당시 문화공보장관에게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고나서 무려 41년이 지났다. 바로 어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마침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41년 전엔 제23대 강원지사(故김형배님)였고 지금이 제39대이니 그 사이에 도지사가 16번 바뀐 셈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그래도 기쁜 소식이다. 154만 강원도민과 함께 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강원도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셨다. 그동안 고생하셨던 양양군민들께도 감사드린다. 수도 없는 상경투쟁, 삭발투쟁, 행정심판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법률투쟁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다.

설악산을 사랑하는 국민들께 설악산 환경보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느 환경보호론자는 설악산이 너무 아름다워 평생을 바쳐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사양하고 싶다. 딸내미가 너무 예뻐 시집도 안 보내고 평생 데리고 살겠다고 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원래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오색에서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본 분은 무슨 말인지 알 거다. 그 수많은 등산객이 설악산을 밟는 것보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능선까지 올라 정류장에 머무르다 내려오는 것이 오히려 자연을 보호할 수 있다.

설악산이 망가지면 큰일인데 강원도에만 맡기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설악산이 망가지면 당장 강원도가 더 큰일이다. 그렇기에 강원도민이 먼저 앞장 서 설악산을 보호할 것이다. 앞으로도 강원도와 양양군은 환경부가 제시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꼼꼼히 이행할 것이며 공사과정에서도 더욱 친환경적인 명품케이블카를 만들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도 11개 인허가 절차와 각종 위원회 심의가 남아 있다. 대한민국 규제가 이렇다. 성질 급한 사람은 제명에 못산다. 환경영향평가라는 큰 고비를 넘겼는데 앞으로 또 몇 년을 기다려 달라고 하는 건 강원도민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금년 내로 착공하겠다. 원스톱 행정이 유행이고 국회에서도 패스트트랙이 있는데 설악산 케이블카만 부지하세월이란 법은 없다. 모든 절차를 원샷에 처리해서 적어도 착공에 해를 넘기진 않을 생각이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환경영향평가과정에서 차 떼고 포 떼서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대청봉으로 가는 탐방로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협약 때문에 관광객이 상부정류장에 머무르다 바로 내려와야 한다. 이 때문에 관광객이 제한적일 수 있다. 그래도 지금부터 우리 하기 나름이다. 이제부터 강원도민들의 뜻을 모아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갈 것이다.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설악산에 접근할 권리를 누리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업이다. 우리 양양군민, 강원도민들의 구상을 마음껏 펼쳐보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자유가 있기에 책임도 우리가 질 것이다. 하지만 만들어 나가는 과정도 행복할 것 같다. 나중에 우리의 후손들로부터 오색 케이블카 그때 참 잘 만들었다는 소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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