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수 버스를 운전하며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청소년쉼터 소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강원도청소년쉼터협의회장으로도 활동중인 이성준(40) 강원도일시청소년쉼터(이동형) 소장 이야기다. 춘천YMCA가 강원도로부터 위탁받아 운영중인 강원도일시청소년쉼터(이동형)는 사각지대 청소년을 발굴하고 위기 청소년 긴급지원을 위한 아웃리치(거리상담)를 하고 있다. 쉼터 버스는 2020년 7월 출고됐고 현재 매주 2~4차례 꾸준히 아웃리치에 나서는 중이다.
이 소장은 “강원도 내 이동형 쉼터는 타 지자체에 비해 늦게 만들어졌지만, 가장 최근에 생기다 보니 다른 지역 쉼터를 다양하게 벤치마킹해 좋은 점을 다 넣었다. 버스 내부에 상담 공간뿐 아니라 취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발전기, 의료용품 등도 비치해 청소년을 24시간 보호하는데 전혀 문제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진지 견학을 오기도 한다”며 “사실 좋은 시설인 버스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매일 나가서 돌아다니면 좋겠지만 전담으로 운전할 운전원이 없는 상태다. 소장인 내가 대형면허를 취득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올해 계획에 대해서는 “지난해에는 춘천, 원주, 강릉이 주무대였고 올해는 홍천지역 거점 공간을 추가 발굴해 학교나 소외지역을 찾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쉼터 활동 범위가 영서권이 60%, 영동권이 40%였다면 올해는 힘들겠지만 영동권이 60%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대형 버스가 움직이는 일이라서 저희로 인해 교통체증이나 사고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경찰과 지자체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담운전원이 없고 넓은 면적의 도내에서 장거리 운행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그와 종사자들은 특별한 활동도 계획중이다. 오는 9월께 속초에서 남양주시일시청소년쉼터,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서북권과 함께 작은 청소년 축제를 개최한다.
이 소장은 “전국에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이동형 쉼터가 15개 뿐이다. 위기 청소년을 발굴해서 안전하게 생활형 쉼터로 연계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각자 지역 특색에 맞게 다른 점이 조금씩 있다. 강원도가 주축이 돼 두 쉼터와 공동으로 축제로 쉼터를 알리고 위기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싶어 처음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춘천 출신인 이 소장은 춘천시청소년수련관 팀장, 홍천군청소년수련관 부장, 춘천시청소년여행의집 소장, 도남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을 거쳐 지난달 도청소년쉼터협의회장으로 선임됐다. 강원도청소년쉼터협의회으로서 그의 포부는 종사자들의 소진을 예방하고 도내 9개 쉼터 간 연대를 강화, 후원처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 쉼터는 일하는 것에 비해 성과가 잘 드러나는 복지시설은 아니다. 쉼터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했을 당시에는 고민이 많아도 청소년들이 자립을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고 성취감이 크다. 그런데 그런 결과는 1~2년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긴 터널인 셈이다. 특히 보호 상담원들은 청소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상담부터 생활지도, 학업지원, 행정 처리 등 모든 것을 하다보니 일의 범위가 넓다. 그 때문에 종사자들의 소진이 크고, 이직률은 높다. 종사자들이 즐거운 마음과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도록 소진 예방 교육을 확대해야, 청소년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힘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내 쉼터들이 청소년 안전망을 통해 청소년을 보호하고 후원처를 개발해 청소년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숙제”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속적으로 쉼터에 대해 알리고 아웃리치를 하다보니 청소년들이나 시민이 갖고 있는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는 “쉼터에 와서 청소년들이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찾아가기 꺼려하는 시설이 아니라 수련관에 문화·진로프로그램으로 자기계발을 하러 가듯, 언제든 상담하고 보호받기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찾아오는 시설로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