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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생명선’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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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공유 전동킥보드에 걸려 멍 다반사”
원주지역 불법주정차 신고 건수 늘어나는 추세
전문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식 개선 중요”

◇점자블록을 침범한 채 방치 중인 전동킥보드의 모습.

【원주】인도 위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공유 전동킥보드로 인해 원주지역 시각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시각장애인 A(75)씨는 무실동에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의존해 인도를 걷던 중 인도 위에 누군가 쓰고 놔둔 공유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졌다. 다행히 타박상 정도에 그쳐 가슴을 쓸어내렸다.

A씨는 “길에 세워진 전동킥보드에 부딪히면서 멍이 드는 일이 다반사”라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길을 나서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원주시는 지난해 전동킥보드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민원신고시스템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전동킥보드가 방치돼 있는 도로는 시각장애인들에겐 여전히 ‘지뢰밭’이다.

지난 2일 찾은 단계동의 한 인도에는 공유 전동킥보드 4대가 너저분하게 방치돼 있었고, 이중 일부는 시각장애인들의 눈과 같은 점자블록을 가로막은 채 세워져 있었다.

시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불법 주정차 신고는 올 1월과 2월 각 5건에 불과했지만, 3월 들어 16건으로 증가하면서 4월 33건, 지난달 20건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다만 처벌의 실효성이 낮다 보니 사용자들은 공유 킥보드를 이용한 후 아무 곳에 주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보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식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영 한국시각장애인노인복지협회 원주지회장은 “비장애인은 그저 피하면 되는 대상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나 다름없다”며 “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들도 문제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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