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오늘 날의 가치를 증명하는 기호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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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창현 작가, 다음달 2일까지 춘천 예담더갤러리에서 초대전 ‘의미있는 기호로, Remember’ 전시
“타이거·까발로·페이거스 추억의 운동화로 돌아본 기호의 세계 속으로”

◇함창현 作 Remember-2606

모든 기호는 의미를 생산한다. 이제는 얼굴이 돼 버린 기호가 우리를 대신하고, 추상적이면서도 경험적인 기호가 오늘 날의 가치를 증명한다.

함창현 작가는 다음달 2일까지 춘천 예담더갤러리에서 초대전 ‘의미있는 기호로, Remember’ 전시를 펼치며,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물들의 기호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우리는 사물의 실용적 가치보다는 기호가 뿜어내는 모종의 아우라를 소유하기 위해 사물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실체가 없는 기호가 이제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다. 때론 권력이 되기도 하고, 미적인 존재로 사람들의 신경과 감각, 신체를 모두 장악한다. 특히 특정 기호는 이른바 유행과 취향의 순환 속에서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고, 자본주의 아래에서 빠르게 소비되며 대체를 거듭한다. 이제는 간결한 기호 하나로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기도 한다.

함 작가는 운동화를 단독으로 내세워 목판화를 찍는 작업을 반복해 기호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은 제한된 몇 가지 색만으로 단출하게 정리되지만, 마치 특정 운동화를 선전하고 있는 듯 포스터나 광고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 속에 놓인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 담긴 운동화 속 기호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운동화에 새겨진 로고는 1980년대 유행했던 까발로, 타이거, 페가수스 등의 운동화 브랜드로, 1980년대를 추억하면서도 그 당시 부유한 집에 살았던 친구들만이 신을 수 있던 운동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로고가 가진 자본주의를 다시금 일깨운다. 소박하게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던 로고가 이제는 빈부의 차이를 드러내고,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를 구분 짓는다. 이제는 사물의 한 모퉁이가 아닌 중앙을, 혹은 사물 전체를 뒤덮은 기호는 언젠가 우리를 뒤덮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막연하지만 위험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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