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큰 동물 피하는 수의사들…강원 축산 방역 ‘빨간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도내 수의사 380명 중 대동물수의사 15.7%에 그쳐
노동 환경 열악하고 급여 낮아 기피현상 더욱 심해져
“진료수당 보장 등의 국가 차원의 지원책 필요하다”

◇13일 오전 6시께 찾은 춘천 발산리의 한 축산농가. 박영선(67) 동삼병원 원장이 독혈증에 걸린 송아지를 치료하기 위해 수액을 놓고 있다. 사진=김준겸 기자

강원 지역 축산업의 핵심인 한우와 돼지를 돌봐 줄 수의사가 부족해 가축방역 및 치료에 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힘들고 험한 농촌 근무를 기피하는 젊은 수의사들이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가속화 되며 수의사 대란도 우려된다.

14일 춘천 발산리의 한 축산농가. 박영선(67) 동삼병원 원장은 오전 6시부터 독혈증에 걸린 송아지 4마리의 신체를 밧줄로 고정시킨 뒤 수액을 놓느라 진땀을 흘렸다.

박 원장과 같은 대(大)동물수의사들은 가축방역과 치료를 비롯해 농장 예찰 등의 중책을 도맡고 있다. 소의 난산, 자궁탈 등 긴급 진료가 필요한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료에 나선다.

하지만 대동물수의사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강원도수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도내 수의사 380명 중 대동물수의사는 15.7%(60명)에 그쳤다. 그나마 50대 미만의 수의사는 6명 뿐이다.

대동물수의사 기피 원인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급여가 꼽힌다.

박 원장은 “큰 동물을 치료할 때 작은 반려 동물보다 최소 100배가 넘는 약품이 투입되지만, 한우 한 마리당 진료비는 10만원대로 그 이상의 진료비를 청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13일 오전 6시께 찾은 춘천 발산리의 한 축산농가. 박영선(67) 동삼병원 원장이 독혈증에 걸린 송아지에게 수액을 놓은 뒤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준겸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소속의 가축방역관과 수의사들의 이탈도 심각하다. 강원자치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3년 동안 총 22명의 가축방역관과 수의사가 사직했다. 올해도 5명이 사표를 내며 90명 정원 중 73명만 근무하고 있다.

강원대 수의학과생 박모(23)씨는 “재학생 대부분이 워라밸과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수도권 병원에서 몸집이 작은 동물을 담당하고 싶어한다”며 “대동물수의사가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신입생 40명 중 1~2명만이 대동물수의사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순 도수의사회장은 “구제역과 아프라카돼지열병 등이 발생하면서 대동물 관련 질병 예방 활동과 연구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인력 확충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며 “공수의사의 진료수당을 보장하고 활동비를 추가로 지급하는 등 국가 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