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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인간 흉기’들

‘묻지마 범죄’는 종종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에 대한 정신질환 범죄자의 위험성이 종종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기도 한다. 살해 동기가 비교적 분명한 일반적인 살인과는 달리,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혀 이유도 알 수 없는 와중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대다수 시민을 공포에 빠뜨린다. 평상시 아무리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해도 특정 시점에 특정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이다 보니 소위 ‘묻지마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이성적인 한계를 훨씬 넘어선다. ▼2008년 7월 36세 남자가 동해시청 민원실에 들어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러 애꿎은 여자 공무원을 살해했다. 3남4녀 중 막내로 고졸 독신인 그는 2003년 대기업에서 퇴사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고 6개월 전부터 동해에서 막일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살기 힘들고 살기도 싫었다. 큰 건물이 시청이어서 간 것뿐”이라고 했다. 그해 4월에도 30대 사내가 양구의 강변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생면부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전과 3범인 30대 남자 조모씨가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길에서 흉기를 마구 휘둘러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전화통화를 하던 남성을 뒤에서 달려들어 무차별적으로 찌르는 잔혹함을 보였다. “살기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 난 쓸모없는 사람이다. 반성한다”고 했지만, 어떤 말로 변명한다 해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증오를 내뿜고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건 용서하기 힘든 흉악 범죄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정상도 정신병도 아닌 제3의 영역에 속하는 인격장애”라고 말한다.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속에 경쟁사회에서 낙오한 젊은 세대가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 소외감을 아무에게나 폭력을 휘둘러 풀어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인간 흉기’들과 섞여 산다고 생각하니 어디 맘 놓고 거리 걷기도 힘들게 돼 버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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