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은 한여름철 대표적인 과일이다. 1960~1970년대 농산촌이 고향인 사람들은 한여름 밤 초가집 앞마당에서 덕석(짚으로 새끼를 꼬아서 직사각형이나 네모나게 만든 돗자리의 일종)을 깔아 놓고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달덩이 같은 수박을 쪼개 먹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 ▼수박은 본래 남아프리카 열대, 아열대지역 초원지대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 수박이 도입된 것은 허균이 지은 조선시대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보면 고려를 배신하고 몽고에 귀화해 고려인을 괴롭힌 홍다구(洪茶丘)가 처음으로 개성에 수박을 심었다고 나와 있다. 수박은 한방에서 갈증을 없애주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으며, 간염, 담낭염, 신염(腎炎)과 황달을 치료해주고 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고 기록됐다. 동의보감에서는 번갈과 더위 독을 없애고 속을 시원하게 하며 기를 내리고 오줌이 잘 나가게 하며, 혈리(血痢·혈액이 섞인 설사를 일으키는 병)와 입안이 헌 것을 치료한다고 알려졌다. ▼양구 수박이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출하 중이다. 당도가 13~14브릭스에 이른다. 수박이 생산되는 경상북도와 전라북도, 충청북도 등 다른 지역보다 큰 일교차로 당도가 높고 식감은 더 아삭아삭하다. 또 과육이 단단해 타 지역에서 생산된 수박보다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어 대도시 도·소매 상인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양구에서는 1960년대부터 매우 소량으로 수박을 재배했으나 마을별 작목반이 구성되면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양구군은 2012년 발아실과 활착실, 본 육묘장을 갖춘 1,980㎡ 규모의 수박 공동 육묘장을 설치, 2013년부터 재배농가들에 육묘를 공급하고 있다. 올 양구지역 수박은 388개 농가가 194㏊에서 1만4,000톤가량을 생산, 154억여원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양구 수박은 수년간 서울 가락동시장 등에서 최고 경매가를 갈아 치우는 등 명품 수박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