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생의 2막이라 불리는 ‘결혼’을 해 행복한 신혼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덧 30대라는 나이 때문인지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미혼보다 기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보는 이들마다 자녀 계획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결혼하기도 전 친척 중에서는 “혹시 딩크(Double Income No Kids, 부부가 결혼한 뒤 맞벌이를 하면서 자식을 의도적으로 갖지 않는 부부)족은 아니지?”란 질문도 받았다. 물론 자녀를 안 가질 생각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 만난 지인은 자녀 계획에 대해 질문을 건냈고, 같은 대답에 돌아오는 건 ‘왜?’라는 반응이었다.
이후 내가 왜 출산·육아에 대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지를 되뇌었다. 육아에 대한 불안감, 경제적 희생 등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이유는 비슷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기혼자를 대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제적 불안정'(37.4%)’과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25.3%)이 가장 많았다.
지난 3월 취재를 위해 원주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리는 ‘도지사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토크쇼’를 방문했다. 당시 김진태 지사는 “8년간 아이 1명 당 9,100만원을 받으며, 연봉이 1,100만원 가량”이라며 “770만원 수준의 타 시·도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보다 1.7배 많다”고 육아 기본수당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듣고 나서는 “이 정도면 키우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겠다”고 생각해도, 막상 자녀를 낳아보라고 하면 이유도 모른 채 머뭇거렸다.
하지만 수개월간 이어가던 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한 순간이 찾아왔다. 한 뉴스에 출현한 5남매의 아버지이자 코미디언인 정성호씨는 인터뷰를 통해 “예전보다 육아 환경도 좋아지고 지원도 많지만,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해서 돈을 준다면 출산율이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 돈이 많아 출산이 늘어난다면 기업 회장들은 애를 많이 낳느냐”며 “부모가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바꿔 달라는 거다. 회사에서는 출근하라고 하고, 육아 휴직을 하면 뒤에서 채용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누가 아이를 갖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토대로 말하자면 육아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내 18개 시·군 중 가장 인구가 많다는 원주만 보더라도 이미 저출산 고령화를 맞았고, 옆 횡성 시골 동네에는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 오래다. 그러나 국가와 지자체는 저출산 문제를 각종 수당과 지원으로만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출산을 독려하자는 취지의 글은 아니다. 다만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고, 두려워하는 부부들이 잠시 되돌아보고, 아이를 가질 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그 순간이 결국 출산율이 올라가는 ‘변곡점’일 될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만의 역할만 강요해서도 안된다. 좋은 육아 환경을 갖추는데 회사나 가정 등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직 아빠가 되긴 멀었지만, 현재는 출산·육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좋은 육아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저출산을 해결할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