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납북귀환어부 인권 침해, ‘특별법’ 제정 절실해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가 지난 11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전국의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은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에 국회와 진실화해위원회, 강원일보 등 언론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납북귀환어부 탄압은 철저히 의도된 국가폭력사건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북의 도발에서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어민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심지어 간첩으로까지 몰아갔다. 따라서 어민들을 상대로 자행됐던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바로잡고 보상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특별법 제정은 약 3,600명으로 추산되는 납북 어부의 피해 회복을 위한 제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직권조사에서 드러난 어부들의 인권 피해는 처참했다. 정상적으로 조업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가 귀환한 이들을 맞이한 것은 가족이 아닌 수사기관이었다. 영장도 없이 구금된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월선 및 간첩 지령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강요받으며 고문당했다. 이후 신체적 후유증과 간첩이라는 오명, 장기간에 걸친 감시와 사찰에 시달렸다. 배우자와 자녀도 취업·주거 이전에 제한을 받으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친·인척들까지 연좌제 피해를 입었다. 국가가 어부들을 공안몰이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피해다.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중 하나가 명예 회복과 경제적 배·보상이다. 피해를 포괄적으로 구제할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특별법 제정은 대한민국이 과거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고 더 발전된 미래로 향하는 길이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과 사실 은폐·왜곡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서 낱낱이 밝혀졌다. 과거사의 비극을 안고 사는 피해자들의 억울한 삶이 더 이상 묻혀서는 안 된다. 특별법 제정은 과거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 프로젝트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오랜 고통과 한을 풀어주는 동시에 더 나은 인권 국가로 가는 초석을 다져야 한다. 국가가 위법한 공권력을 앞세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따라서 국가범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국가가 잘못했다면 국민에게 당연히 사과하고 보상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으로 국민의 아픔을 보듬는 대한민국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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