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정선아리랑 포럼]"정선아리랑 보편성·특수성 모두 갖춰 … 세계적 콘텐츠로 확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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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강원일보 2023 정선아리랑 전승 보전 발전포럼
진용선 연구소장 "정선아리랑과 정선 웰니스 결합 효과"
이건욱 전시운영과장 "아리랑은 보편적 확장 가치 충분"
박경수 교수 "정선아리랑 콘테츠 강원도 전체로 넓혀야"

15일 정산아리랑박물관에서 열린 '2023 정선아리랑 전승 보전 발전포럼'에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승선기자

정선군이 주최하고 강원일보와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주관한 ‘2023 정선아리랑 전승 보전 발전포럼’이 지난 15일 정선아리랑박물관에서 열렸다. 제48회 정선아리랑제와 강원일보 창간 78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포럼에 참석한 아리랑 전문가들은 정선아리랑의 발전 방향과 전승 및 보전, 보편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나눴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의 학술적 논의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했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이 '아리랑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 등재 11주년:아리랑의 지식창출과 활용을 주제로 첫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선=박승선기자

■제1주제발표-아리랑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 등재 11주년:아리랑의 지식 창출과 활용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아리랑은 1800년대 말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다 1926년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을 만들면서 주제가가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당시 일본에서도 유행가로 확산됐고, 1950년대엔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오늘날까지 희망과 긍정의 어원으로 자리 잡았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민족문화의 상징이 됐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후 다소 이상한 조짐이 보였다. 지자체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정선, 밀양, 진도 외에 문경, 대구 등도 경쟁적으로 아리랑을 문화사업으로 육성하게 됐다. 아리랑을 주제로 한 전시공연도 수십 배 증가했다. 보편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제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가진 장점과 지혜를 공유하고 아리랑협의체를 더 활성화해 활동 폭을 넓혀야 한다. 정선은 아리랑 아카이빙이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데 디지털화해 해외에서도 활용됐으면 좋겠다. 정선아리랑은 지식 창출 기반이며 문화유산이다. 우리만 즐기는 아리랑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해야 한다. K-컬쳐 개념으로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최근 정선의 장점이 웰니스 관광인데 이런 부분이 정선아리랑과 결합할만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이건욱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이 '아리랑 콘텐츠의 전시 경험 공유와 향후 확장방안'을 주제로 두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선=박승선기자

■제2주제발표-아리랑 콘텐츠의 전시 경험 공유와 향후 확장 방안

△이건욱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아리랑 관련 전시회를 준비하며 전국 곳곳의 거리로 나가 아리랑 관련 수많은 사연을 수집하고 노래를 요청해 녹음했었다. 그 과정에서 아리랑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가진 독특한 문화콘텐츠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매 참가자가 기타치고 춤추며 그들만의 아리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즉흥성도 굉장히 강하다. 서로 다른 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처음 만나 즉석에서 합을 맞춰 아리랑을 부르더라. 요즘 남북한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데 유일한 문화적 접점이 아리랑이다. 해외 세종학당이 200개 있다. 한국어만 가르칠 수 있고 한국문화 알리기엔 어려움이 많다. 국내 박물관이 소장한 물품들은 해외 반출이 안 되기 때문인데, 지자체들도 해외에 문화 알리기를 적극 실천했으면 한다. 실제 정선군에서 중앙아시아로 정선아리랑 공연팀을 파견해 공연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놀랍도록 뜨거웠다. 아리랑은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람다움을 노래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어젠다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상징하지 않나 생각한다. 일각에선 아리랑이 볼거리가 풍부하지 않는 비판도 하는데, 상관없다. 요즘 세계적으로 박물관 등 전시 관련 추세와 흐름은 물건의 전시보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아리랑이 보편적 가치로 확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경수 부산외대 한국문화학부교수가 '정선아리랑 수용 공연콘텐츠의 양상과 특징'을 주제로 세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선=박승선기자

■제3주제발표-정선아리랑 수용 공연콘텐츠의 양상과 특징

△박경수 부산외대 한국문화학부 교수=아리랑을 바탕으로 한 공연콘텐츠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져왔다. 정선아리랑 수용 공연콘텐츠는 현재까지 총 23편이 발표됐다. 1980년 연극 ‘애오라지’가 시작이며 1999년 김도후 극본의 연극 ‘헛소동아라리’가 상징적이다. 김도후 선생의 극본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제1유형은 고려 칠현이 등장하는 서사와 삼각관계 등 사랑이 있다. 김도후의 ‘아!정선,정선아리랑’과 ‘신들의 소리’는 고려시대 칠현 서사와 결합됐다. 정선아리랑을 배운 정선군수의 딸 아랑이 사랑을 배우고 성장하며 정선아리랑의 참된 가치를 깨닫는다는 서사다. 제2유형은 정선에서 태어난 아리, 달이, 별이 세 자매가 일제강점기 시절 겪은 기구한 인생을 담았다. 제3유형은 정선지역 아우라지 전설을 차용하고 아리아라리를 신의 소리로 묘사하는 마왕과 신들의 전쟁 서사가 담겼다. 다만 고려 유신 칠현 설이 학문적 근거가 없다는 점과 지나치게 신격화, 이상화했다는 오류가 있었다. 정선아리랑 공연 콘텐츠를 정선에서만 찾지 말고 강원지역 전체로 폭을 넓히면 김유정, 이효석, 전상국 등 도출신 작가들의 훌륭한 서사와 연계할 수 있다. 앞으로 아리랑 공연에 강원도의 콘텐츠를 계속 가미하면 흥미도 높이고 정선의 큰 자랑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토론

△김경남 세명대 대학원 전통문화행정학과 교수=우리의 아리랑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리랑은 중요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이며 우리 민족의 가치 체계로서, 또 문화재로서 의미가 크다. 국내 아리랑공연은 다양성 측면에서 인정받을만 하다. 이제는 고급화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또 지속가능한 콘텐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공연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종합토론 김경남 세명대 교수

△최명환 강원대 강원문화연구소 연구원=최근 한 달 새 원주, 횡성, 경북 예천에서 아리랑 공연을 세 번 봤다. 그런데 반주음악(MR) 때문에 노랫소리가 잘 안 들리더라. 어떤 공연은 공연자들이 경기아리랑이 전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강원도 아리랑을 경기아리랑처럼 부르는 예도 있었다. 그러다 횡성에서 열린 소박한 무대에서 80대, 90대 노인 두 분이 번갈아 부르는데 이게 진짜 아리랑이구나 싶었다. 요즘 아리랑은 예능화되는 듯해 아쉽다.

종합토론 최명환 강원대 강원문화연구소 연구원

△강경표 대한민국임시정부박물관 학예연구관=연해주 고려인의 생활문화에 대한 현지 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아리랑이 있었다. 흔히 일컫는 김치, 농악, 탈춤보다 아리랑이야말로 한민족 DNA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랑이 콘텐츠로서 갖는 대중성에 집중해본다. 아리랑은 보여지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는데, 물은 차오르다가 넘치듯이 아리랑 관련한 영화와 전시 등 지속적인 콘텐츠들이 확장되다 보면 시너지를 만들어내 어느 순간 세계적인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콘텐츠의 축적이 필요하다.

종합토론 강경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학예연구관

△유명희 강원특별자치도무형문화재위원=정선아라리는 우리 정서와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 담고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선아리랑 공연을 접하다 보면 논메는 소리(메나리토리) 등 여러 가지 삽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잘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또 무대가 화려해지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정작 정선아리랑의 본질과는 다소 멀어지는 듯해 안타깝다. 정선아리랑의 보편화도 중요한 가치지만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종합토론 유명희 춘천학연구소 학예연구사

△최병수 강원일보 전무이사=주제발표자 세 분과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묶으면 정선아리랑을 세계화하는데 대단히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행사가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정선군에서 제작해 호주에서 큰 상을 받았던 공연 ‘아리아라리’처럼 외국에서도 통용될 아리랑 공연이 더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종합토론 좌장 최병수 강원일보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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