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세 가지 거짓말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영국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그는 영국의 전성기인 빅토리아여왕 시대에 재무장관과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세월이 흘러도 그 말은 빛이 바래지 않는다. 다른 격언도 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쟁이들이 통계를 이용할 뿐이다.” ▼통계의 문제점이 거론될 때마다 ‘해병대 사망률은 뉴욕 시민의 사망률보다 낮다’고 했던 과거 미국 해병대 모집 광고가 곧잘 인용된다. 마치 해병대의 군사작전 참여가 뉴욕에서 사는 것보다 안전하니 마음 놓고 지원하라는 식의 주장이다. 건강한 젊은이가 대부분인 해병대 지원자와 노약자, 노숙자가 모두 포함된 뉴욕 시민 사망률을 같은 비교 대상으로 올려놓은 부적절성 때문에 이 광고는 곧바로 사라졌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가 데이터를 조작해 의도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말만으로는 설득이 어려운 경우에도 그래프를 포함하면 프레젠테이션이 그럴듯해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뤄 결론을 도출해 내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줄거리가 바뀔 수 있다. 컴퓨터가 정보를 토해 냈다고 그것이 진실인 것은 아니다. 정보과잉 시대에 누구나 데이터와 분석에 관한 상식을 갖춰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과 고용 등 주요 국가통계에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전직 관료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김수현·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전 정부 핵심 경제책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감사원은 주택 통계의 작성·공표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통계 자료를 사전 제공토록 하고, 낮게 나오게 하거나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잘못된 통계도 문제이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코드 통계’는 나라의 정책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국가의 신뢰도만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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