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2750년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는 저명한 인구학자의 경고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인구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올 5월 방한, “한국 정부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포괄적 복지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콜먼 교수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한국 합계출산율은 1.13명이었으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더 추락했다. 인구 대책에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인구소멸과 지역소멸은 우리가 너무 쉽게 접하는 표현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계속된 수도권 일극화에 따른 지역 일자리 부족, 청년인구 감소, 지역소멸 위기의 악순환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원특별자치도 12개 시·군을 포함, 전국 89곳의 인구감소지역 시장·군수·구청장이 뭉친 것은 늦었지만 시의 적절하다. 인구감소지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창립총회 및 출범식을 가졌다. 협의회는 인구감소지역의 교류와 상생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목표로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행정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치의 힘을 키울 것’ ‘인구감소지역 간 연대와 협력으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것’ ‘국회와 중앙정부에 인구감소지역을 위한 제도 혁신, 정책 반영 및 예산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관철할 것’ 등을 다짐했다. 중요한 것은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즉,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력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출산장려금 같은 금전적 지원 정책은 효과가 있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와 자치단체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인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복지 정책을 꾸준하게 시행한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또 기업들의 적극적인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며 직장의 보육 지원을 확대하는 등 가족 친화적인 업무문화를 기업이 앞장서서 만들어 나갈 때 인구는 증가한다. 한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향상됐지만 직장 내 남녀 차별은 여전하고 가사노동과 자녀교육 부담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지워지는 등 전근대적 가부장문화가 저출산 위기의 배경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