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메가시티 구상에 대한 정치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구리시가 김포시 뒤를 이어 서울 편입을 추진키로 했다. 성남시와 하남시에서도 서울 송파구와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위례신도시를 중심으로 서울 편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광명시의 경우 구로구 인접 철산동 일대에서 서울 편입 주장이 거세다. 김포발 서울 편입 열기가 서울 생활권 도시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지난 2일 시청 본관 3층 상황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구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열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구리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시를 제외하고 경기도 내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서울 편입에 대한 방침을 내놓은 것은 구리시가 처음이다.
당초 김포의 서울시 편입 주장은 한강신도시 입주 이후 심각해진 교통난 해소에 서울시와 경기도, 김포시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나섰지만 속 시원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서울시가 단일 주체로 정책을 펼치면 더 효율적일 것이란 기대와 함께 행정구역상 서울시가 갖는 부동산 프리미엄까지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국민의힘이 적극 호응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총선과 맞물린 시점, 서울 편입 이슈가 여당에 유리한 점 등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여기에다 행정구역 개편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에 지난한 과정이 불가피하다. 부동산과 교육, 세금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한데, 이해당사자들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가 뒤엉켜 있는 사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여기에다 자치단체들의 잇단 ‘서울 편입’ 추진 선언은 국가균형발전을 요원하게 만드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즉,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는 재론할 필요도 없다. 국토의 12%인 수도권에 인구 50%, 상장회사 72%, 예금 70%, 대학·일자리가 몰려 있다. 과밀화된 수도권은 집값·미세먼지·도시열섬 고통에 시달리고, 청년들이 빠져나간 지방은 읍·면·동의 40%가 30년 내 소멸될 것으로 예고됐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대거 옮겨진 2011~2015년 수도권 인구 집중이 하락·둔화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단의 근본 처방이 없으면 수도권과 지방이 공멸할 수 있다. 때문에 행정구역 개편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치밀하게 추진돼야 한다. 졸속으로 분위기에 편승해 진행할 일이 아니다. 진지한 연구와 검토, 심도 있는 검증과 토론이 수반돼야 한다. 우선적으로 추진할 일은 수도권 내에서 서울의 면적을 늘리는 게 아니라 지방을 발전시켜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인구를 국토 공간에 정상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포기할 수 없다.